민노총과 한국노총은 2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민 노후자산 550조를 다루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가 반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라며 복지부를 규탄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 운용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정부위원과 연금 가입자 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다. 상정 안건은 실무평가위원회의 심의·평가를 거친다. 이들은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7월 개최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도 복지부가 회의가 아닌 ‘서면 심의’를 추진하려다가,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 직장 가입자 대표로 참여하는 양대 노총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 등을 추궁당할 것을 두려워해 복지부가 위원회 개최를 미룬다는 주장이다. 양대 노총은 “2,000만명 이상의 국민 노후자금 550조원을 책임지는 의사결정 기구가 6개월 동안 정지된 것은 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이재용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금의 불법적 운용 의혹마저 불거진 상황에서 위원회가 소집되지 않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사항을 보고하고, 연금의 주인인 국민이 이를 알도록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6개월 만에 개최하려던 위원회를 서면 심의로 돌리려다 결국 취소한 것은 직무 유기를 넘어 국정농단의 종범을 자처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회의 소집과 안건 상정은 오직 위원장인 복지부 장·차관만 가능하며, 위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 역시 제한적”이라며 “최순실 게이트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기금 운용의 국민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