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재원에 대해 “20조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 자리에서다.
박 시장은 최근 아동 양육을 위한 아동수당, 구직기의 청년수당, 성년의 실직·질병에 대비한 실업부조제와 상병수당제, 장애수당, 노인 기초연금 생애주기별 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재원마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지만, 박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세출 조정과 복지를 생애 주기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존에 있는 제도를 정리하면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우리 경제는 재벌 대기업에만 의존하다가 완전히 벼랑에 몰렸다”며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수제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개헌의 필요성은 강조했지만 성급한 개헌에는 반대했다. 박 시장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합의한다고 해서 하면 안되고, (개헌) 과정에 다양한 형태의 국민 참여방안을 만들어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국민 중심의 개헌을 주장했다. 이어 “권력구조 외에 1987년으로부터 30년의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 기본권, 사회적경제기본권, 지방분권 등 새롭게 제기되는 것들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며 “그런 논의를 하기에는 (차기 대선까지는) 짧지 않냐. 다음 정부가 (과거) 청산과 개혁, 새로운 사회 구상을 담아내서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을 불사르겠다’며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왜 몸을 불사르냐. 머리를 불살라야지”라며 정책과 대안을 내놓고 경쟁할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촛불 민심 이후에 들끓고 있는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칫 “정치적으로 이해관계에 기초한 잘못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의 개혁) 요구들이 전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다양한 형태로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나왔던 것이 많다. 이런 논의는 오래 전부터 해왔다”며 “다음 정부가 이걸 맡아서 3년 안에 제대로 못해내면 그 정부는 누가 됐든 백만 촛불이 또 나온다. 민주당이 권력 잡는 것도 좋지만 정밀한 설계와 해결 못해내면 더 큰 위기에 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