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作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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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 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 군더더기 없는 카피 아니우? 말만 들어도 군침 돌고 뱃속에 여치가 찌르르 울지 않수? 주렴 밀치며 들어오는 모습 호기롭던데 호락호락한 거였군. 때론 얕은 게 깊은 것이요. 호락호락하고, 물렁하고, 귀 얇고, 마음 약한, 꼭 나 같은 당신 덕에 주변 사람들 마음 1도쯤 오르고, 딱딱한 세상 근엄한 사람들도 조금쯤 물렁해지지 않겠수? 잠깐! 문구를 잘 읽어 보시우.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 빈속에 강술 먹지 말란 말씀. 자, 다가올 2017년을 위해 건배!<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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