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3위인 동국제강이 연이은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뼈를 깎는 혹독한 구조조정 이후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동국제강 경영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장 이사는 지난 26일 오후8시45분쯤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컵을 집어던지고 양주 5병을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건은 장 이사 생일을 맞아 술자리가 벌어졌는데 술집 종업원이 케이크를 갖다 주며 팁 명목으로 30만원을 요구하자 장 이사와 종업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이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이제 막 시동을 건 동국제강의 4세 경영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장 이사는 이달 임원인사를 통해 과장에서 이사로 3단계 수직 승진하며 회사의 미래성장을 이끌 ‘비전팀’ 운영을 맡았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 회장이 횡령으로 실형(3년6개월)을 살고 있고 출소 이후에도 5년 동안 등기임원직을 맡을 수 없어 장남인 장 이사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회사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부자(父子)가 나란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임직원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 부회장은 장 회장이 지난해 5월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전면에 나서 경영을 이끌고 있다. 그는 “팔을 하나 잃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하자”고 임직원을 독려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와 알짜 자회사 국제종합기계 등을 잇달아 매각하는 데 성공해 지난 6월 2년 만에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기 졸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 동국제강 지배구조를 보면 장 회장이 지분 13.84%를 보유해(3·4분기 말 기준)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장 부회장은 9.33%를 갖고 있다. 장 이사의 지분은 0.04%에 불과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장 이사가 단순히 경영수업을 받는 차원을 넘어 신성장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한재영·이두형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