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6일 이례적으로 임원인사 보다 부장급 이하 인사를 먼저 실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정기 임원인사를 먼저 내고 1~2일 정도 뒤에 부장 이하 인사를 했다.
그런데 올해는 순서가 바뀌었다. 부장 이하 인사를 먼저 했고 임원 인사는 내년 1월 말 설 연휴 이후 등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 계열사가 비슷한 시기에 인사를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만 먼저 부장 이하에 대해 인사 발령이 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원 인사보다 일반 직원 인사를 먼저한 것은 정말 이례적”이라며 “인사 순서도 그렇고 방식도 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 배경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특별검사 수사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임원 인사는 그룹의 최고 어른인 정몽구 회장이 마지막으로 재가를 해야 한다. 실무진이 한해의 실적을 정리하고 후보군을 올리지만 최종 결정은 정 회장이 한다. 하지만 국정조사 이후 특검 영향으로 정 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면서 임원 인사는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부장급 이하 인사는 정의선 부회장 등 그룹의 부회장급 임원의 재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내년 판매 확대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를 무작정 미루기도 어렵다 보니 우선 부장급 이하 인사에 대해서만 발령을 낸 것이다.
임직원들은 부장급 이하 실무진에 대한 인사만 나면서 업무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판매 부진 여파로 대다수 임원의 변동이나 교체가 예상되는 형국. 하지만 인사 형태가 바뀌면서 현직 임원의 지도 아래 내년 전략 등을 짜기 곤란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 등 사안의 중대함은 알지만 경영 활동은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