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은영 유수홀딩스(000700)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의 불법 경영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최 회장의 경영상 불법행위에 대해 법원이 실제 조사를 지시한 뒤 내린 첫 결정이라 앞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등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김용대 부장판사)는 한진해운이 유수홀딩스 비상장 자회사인 싸이버로지텍을 상대로 낸 ‘저작권 처분 및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이 개발한 물류시스템에 대한 영업 이용과 처분행위를 중단하라”며 한진해운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한진해운은 싸이버로지텍이 한진해운의 선박관리업무용 프로그램 ‘VMS’과 종합 해운물류서비스시스템 ‘알프스(ALPS)’의 명칭을 각각 ‘OPUS Vessel’와 ‘OPUS Container’로 바꾸고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본지 12월1일자 31면 참조
재판부는 싸이버로지텍 프로그램이 한진해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점을 고려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VMS는 지난 2007년 11월5일 출시됐는데 OPUS Vessel은 하루 전인 4일에 창작된 것으로 등록됐다”며 “한진해운의 위탁을 받아 VMS를 개발하던 싸이버로지텍이 전혀 별개의 선박관리업무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한진해운 시스템을 싸이버로지텍과 무상으로 공유한다는 계약 조항에 대해서도 싸이버로지텍과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최초 계약에는 ‘알프스에 대한 저작권은 한진해운에 있다’고 명시됐다가 2013년 10월께 ‘기존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은 한진해운과 싸이버로지텍에 공동으로 귀속한다’로 변경됐다.
재판부는 “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을 위한 범위 내에서의 통상사용권만이 있을 뿐이고 이 때문에 다른 업체에 대한 독자적인 판매권한 등을 취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사회 승인 없이 계약이 변경됐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진해운 주장도 받아들였다. 특히 당시 한진해운 공동대표이자 싸이버로지텍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던 최 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계약을 변경한 점을 두고 자기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한진해운의 대표이사였던 최 회장이 싸이버로지텍 주식 15.45%를 갖고 있었고 한진해운 주식 10% 이상을 보유한 유수홀딩스가 싸이버로지텍 주식 40%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최 회장과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싸이버로지텍 주식은 전체 주식의 55.45%였으므로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상법에서 정한 자기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상법 398조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와 회사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 주주가 공동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와 거래할 때는 자기거래에 해당해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결정은 최 회장의 경영행위가 자기거래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등 최 회장의 경영상 불법행위를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가처분 결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최 회장의 다른 경영상 불법행위에 대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수홀딩스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의신청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