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판에 8,000원...계란대란 설까지 가나

소매가 한달새 47.5% ↑ 역대최고

산란계 29% 살처분...장기화 우려

28일 세종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이 반출되고 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지 3㎞ 안의 방역대에서 생산된 계란 일부를 이날 하루만 제한적으로 반출하도록 했다. /연합뉴스28일 세종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이 반출되고 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지 3㎞ 안의 방역대에서 생산된 계란 일부를 이날 하루만 제한적으로 반출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계란 소매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살처분 가금류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에 계란 대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 30개들이 한 판(특란 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8,025원이다. 1개월 전 5,439원이었던 것보다 47.5%나 급등했다. 3년 평균값을 의미하는 평년 가격(5,696원)보다도 40.8% 비싸다. 계란 가격이 한 판에 8,000원을 넘은 것은 aT가 소매 가격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대형유통업체에서 파는 계란 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 팔고 있는 계란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 가격은 7,290원. 이달 초 6,000원 안팎이었던 가격이 20%나 올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3사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6,980원이다. 전고점이 2014년 3월 6,45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8.21%나 상승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2014년에 발생했던 AI의 경우 3~4개월 동안의 기간에 서서히 진행됐던 것에 반해 이번 AI는 불과 한 달여 만에 2,700만마리의 가금류가 도살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AI 여파로 도살 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 마릿수는 581농가, 2,719만마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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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 농가가 타격을 입으면서 계란 값을 끌어 올리고 있다. 산란계는 전체 산란계 사육 규모의 29.1%에 해당하는 2,036만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살처분 처리된 가금류 10마리 중 8마리에 해당한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는 사육 규모 대비 48.3%인 41만마리가 사라졌다. 번식용 닭이 줄었다는 것은 산란계로 키울 병아리도 감소해 계란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계란 가공품과 신선란 등에 0%의 할당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 업체가 신선란보다는 난백·난황·전란 등 계란 가공품 수입을 선호했기 때문. 그동안 계란 자급률이 100%였던 우리나라에 가격이 더 낮은 해외산 신선란이 들어올 경우 국내 시장을 잠식해나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 또한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소형 소매점에서는 계란 한 판에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대형마트에서 파는 계란 값도 8,000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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