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V 시장 1·2위인 삼성과 LG가 차세대 TV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한 층 속도를 내고 있다. 퀀텀닷(양자점) TV에 자신감이 붙은 삼성은 새로 만든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브랜드를 전면에 세웠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운명을 건 LG는 OLED의 가격을 3분의1까지 확 줄일 공정 신기술을 내년부터 적용해 OLED 대중화를 이끈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 현장에서 신형 초호화 TV 브랜드인 ‘QLED’를 공개할 예정이다. QLED TV는 2~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 크기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필름 형태로 붙여 색재현율을 끌어올린 TV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퀀텀닷 TV를 처음 내놓은 후 ‘퀀텀닷 SUHD TV’라는 명칭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퀀텀닷이라는 용어 사용마저 조심스러웠던 삼성은 퀀텀닷 기술 향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세대까지 QLED TV를 자체 개발한데다 최근 미국 QD비전으로부터 지식재산권(IP)을 매입하며 화질 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안팎으로 많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9월 베를린에서 “퀀텀닷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퀀텀닷은 1~2년 내 OLED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진정한 QLED TV는 백라이트를 없애고 발광물질을 아예 퀀텀닷 입자로 대체해 수명·가격경쟁력 면에서 OLED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아직 그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에 맞설 LG의 무기는 여전히 OLED TV다. 하지만 LG는 첨단 신공정을 활용해 가격을 확 낮춘 OLED TV로 차세대 TV 시장을 싹쓸이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LCD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 탓에 현재 전체 TV 시장의 0.5%(연간 80만대 수준)도 안 되는 OLED TV의 입지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 기반의 OLED 패널 시범 생산을 이르면 내년 초 시작한다. 업계는 본격적인 양산은 오는 2019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은 OLED 물질을 기화시켜 유리에 증착하는 기존 공정과 달리 노즐을 통해 OLED 물질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잉크젯 공정을 활용하면 3,000달러에 팔리는 OLED TV를 1,000달러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며 “OLED TV의 대중화 시대가 본격 꽃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TV용 OLED 패널을 만드는 LG는 이미 OLED 동맹군도 착착 늘리고 있다. 이미 중국 스카이워스와 콩카·창홍·파나소닉·필립스·베스텔 등이 OLED TV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거나 실제 OLED TV를 출시하고 있다. 일본의 TV 명가인 소니가 다음달 5~8일(현지시간) 열리는 CES 2017에 OLED TV를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업계는 차세대 TV의 표준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다툼은 2~3년을 두고 봐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차세대 TV를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릴지도 관심사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올 들어 3·4분기까지 삼성전자·LG전자의 TV 시장 합계 점유율이 33.8%로 중국(30.8%)과 불과 3%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