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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은 더 이상 경기의 일부 아니다

[정유년, 스포츠 달라지는 것들]

프로야구·축구 비디오판독 도입

골프 우연히 움직인 볼 벌타 면제

V리그, 남녀부 경기일정 분리키로

유도 유효판정 폐지 등 규정 손질

국내 프로스포츠 양대산맥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새해에는 더 날카로워진다.

2017년 달라지는 스포츠 규정 중에서 팬들의 관심은 단연 프로야구·축구의 비디오 판독 도입에 쏠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 KBO리그 시범경기부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식 비디오 판독 제도를 시행한다. 올해까지는 심판 합의판정(챌린지) 요청이 들어오면 심판이 중계방송의 느린 화면을 보고 오심 여부를 판정했다. 시청자가 보는 것과 똑같은 화면이었다. 이것도 비디오 판독이기는 했지만 중계 카메라가 모든 상황을 매번 완벽한 각도로 잡아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느린 화면을 봐도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꽤 있었다. 또 같은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심판들끼리의 합의로 오심 여부를 판정하는 것 자체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메이저리그 비디오 판독실 /사진출처=MLB닷컴메이저리그 비디오 판독실 /사진출처=MLB닷컴




이에 따라 KBO는 지난 8월부터 테스트를 거쳐 메이저리그처럼 외부에 전담 판독관을 두기로 결정했다. 전문 판독관 1명과 현역 심판 2명 등 총 3명이 별도 사무실에서 5경기 전체를 지켜보다 챌린지가 들어오면 즉시 판독해 현장의 심판진에 송수신기로 통보해주는 식이다. ‘메이저리그식’을 표방했지만 아직은 메이저리그처럼 자체 비디오 판독 장비까지 갖추지는 못했다. 대신 기존 중계 카메라 외에 자체 카메라 3대를 1·2루와 홈에 각각 추가 설치한다. KBO는 “다음 달 규칙위원회 회의를 통해 비디오 판독 허용횟수와 판독 범위 등 세칙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돌파하고도 승부조작 파문 탓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KBO리그는 비디오 판독 강화가 공정성 회복의 지름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축구의 골라인 판독 시스템 /사진출처=라이브프로덕션축구의 골라인 판독 시스템 /사진출처=라이브프로덕션



비디오 판독 자체가 없던 프로축구 K리그도 내년 시즌부터 기계의 힘을 빌린다. 축구계에 특히 널리 퍼진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곧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격권이 수시로 바뀌는 축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경기 흐름을 끊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K리그는 세계축구의 흐름을 더는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달 클럽 월드컵에서 FIFA 주관 대회 최초로 비디오 판독을 공식 도입했다. 그라운드 옆에 모니터가 설치돼 필요 시 주심은 영상을 되돌려보며 자신이 내린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 K리그는 사각지대에 카메라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의 준비를 통해 3~6월 시범운영을 거치고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 전 경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뤄지는 반칙, 퇴장, 주심의 시야 밖에서 벌어진 상황 등이 판독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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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는 퍼팅 그린 위에서 우연히 움직인 볼에 대한 벌타가 사라진다.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볼이 퍼팅 그린 위에 있을 때 의도하지 않게 볼이나 볼마커가 움직인 경우의 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로컬룰을 이달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1벌타를 받아야 했지만 2017년 1월1일부터는 벌타 없이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 치면 된다.

우연히 움직인 볼에 대한 벌타 규정은 ‘더스틴 존슨 룰’로도 불렸다. 6월 US 오픈 경기 중 존슨은 볼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경기위원에게 말했으나 경기위원회는 경기가 끝나고서야 1벌타를 부과했다. 존슨은 우승하기는 했지만 벌타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경기해야 했다. 이후 비난이 일자 USGA는 “우리가 큰 보기를 범했다”고 사과했고 아예 이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골프계에서 힘을 얻었다.

이밖에 프로야구에도 에이전트(대리인) 제도가 도입돼 이르면 내년 겨울 연봉협상부터 선수 대신 에이전트가 구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그동안은 “머리 아픈 일은 피하고 싶다”며 협상 과정 없이 구단의 제시액에 바로 도장을 찍는 선수가 상당수였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협상 마감시한을 꽉 채우는 연봉 줄다리기가 심심찮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급이나 유망주 중에서는 매니지먼트사와 이미 계약한 선수가 여럿이다.

프로배구 V리그는 다음 시즌부터 남녀부 경기일정이 분리된다. 올 시즌까지는 흥행을 위해 여자부 경기가 남자부와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열렸지만 그러다 보니 팀별 휴식일이 고르지 않다는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유도는 유효가 폐지돼 한판과 절반으로만 판정한다. 2008년에 효과가 사라진 데 이어 유효까지 없어져 한결 단순해졌다. 유효를 줬던 기술들은 모두 절반으로 처리되며 대신 ‘절반 2개=한판’ 판정은 폐지된다. 5분이던 남자부 경기 시간도 여자와 같은 4분으로 줄어드는 등 국제연맹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흥행을 대비해 규정을 대폭 손질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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