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로터리]카드사와 소상공인의 동주공제(同舟共濟)를 바라며



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새해가 밝았다.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는 동물이다. 밤이 계속될 것 같은 순간에도 닭이 울면 그 길던 밤이 끝난다는 신호다. 오래된 민간설화에서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산에서 내려온 맹수들이 돌아가고 잡귀들이 사라진다 했을 만큼 닭은 서조(瑞鳥)로 여겨졌다.

지금이야 도시는 늘 깨어 있고 닭 울음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그 대신 골목마다 치킨집이 있다. ‘1인1닭’ ‘치맥’이라는 신조어에서 보듯이 치킨은 샐러리맨들이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가족들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낼 때 빠질 수 없는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닭이 최근 몹쓸 꼴을 당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온 나라를 휩쓸고 수천만마리가 살처분을 당했다. 어려운 것은 양계업자들만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치킨 가게의 연매출 평균은 1억1,400만원으로 편의점·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4분의1에 불과하고 치킨집 10개 중 7개는 5년 내 문을 닫는다고 한다. 2013년 기준 치킨전문점 수는 3만6,000개로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고 하니 그야말로 치킨 전쟁이다.

신용카드와 캐피털업계를 대표하는 금융협회장이 새해부터 닭 얘기를 하는 것은 올해가 닭의 해이기도 하지만 카드회사의 가맹점 중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많고 이들이 영세신용 카드가맹점의 고충을 대표하는 듯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지난해 6월 협회장으로 취임 후 금융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의 융합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우리 업권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수익 모델 발굴을 고민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큰 담론도 언제나 묵묵히 닭을 튀기거나 빵을 굽는 소상공인을 위해 있다는 것을 오랜 현장경험으로 알고 있고, 이분들과 실제 손잡고 소통하는 것도 금융의 기본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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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상공인들은 카드업권이 가맹점수수료를 추가 인하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카드업권은 연매출 2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0.8%, 연매출 3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3%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추가로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사의 부담은 큰 반면 개별 영세중소가맹점에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기에 영세가맹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른 정책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카드업계도 올해 설립되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을 통해 영세가맹점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조류독감의 경우 양계장의 닭들은 견뎌내지 못하지만 야생의 새들은 상처가 있거나 몸이 약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잘 극복한다고 한다. 문제는 면역력이다. 소상공인의 면역력을 키우려면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할까. 최근 소상공인 단체의 조사결과를 보면 소상공인의 주된 애로사항은 ‘경쟁업체의 불공정거래, 대기업의 가격할인(32.2%), 자금부족(30.9%), 높은 임대료(26.9%)’ 등으로 조사됐다. 면역력 증강을 위한 국회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답이 되는 것 같다.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있다. 같은 배를 타고 힘을 합해 천(川)을 건넌다는 뜻으로 이해와 환란을 같이했다는 뜻이다. 가맹점과 카드사는 그런 관계가 돼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 카드가맹점에 큰 닭의 울음이 불러오는 새벽처럼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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