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이 새해 첫날을 맞기 무섭게 저마다의 고심이 묻어난 일정을 소화하며 치열한 대권 경쟁에 나섰다. 야권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광주 무등산에서 일반 시민들과 일출을 보며 신년을 시작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새해에는 정권교체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그런 나라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호남 민심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비박과 손을 잡거나 연대하면 그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 염원에 배반되는 선택”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문 전 대표는 1월부터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함께 개혁입법 과제와 경제성장 해법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사실상 광폭의 대권행보를 내디딜 것으로 전망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희호 여사에게 전화로 새해 인사를 건네며 호남 민심 구애에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 오전11시20분쯤 이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며 “이 여사에게 새해 더욱 복을 많이 받으셔서 건강 하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여사는 반 전 총장에게 “한국에 오셔서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의 45년 지기로 알려진 임덕규 전 의원은 한 종편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정당,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당, 유엔처럼 세계에서 제일가는 대통합 정당, 남북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정당을 창당하는 게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공식일정을 접고 칩거에 들어간 가운데 ‘조기 대선캠프’ 가동을 예고했다. 당 호남파에 밀린 안 전 의원은 반 전 총장과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호남권 의원들에 맞서 조기 대선캠프 발족을 통해 4·13총선에서의 안풍(安風)을 재연한다는 계획이다.
개혁보수신당의 구심점인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원도 GOP 부대 초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일을 소개하며 “진흙탕 같은 정치 현실 속에서도 표만 계산하느라 눈치 보지 않고 저의 중심을 잡아주던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옳은 길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개혁보수신당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당 단배식 행사에 참석한 뒤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제7공화국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손 전 대표는 이달 중순 자신이 주도하는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출범해 개헌을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