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 '하드 브렉시트' 목소리 커진다

EU 주재 英대사, 브렉시트 협상 앞두고 EU탈퇴파 압박에 사임

이반 로저스 EU본부 주재 영국대사 /트위터 캡처이반 로저스 EU본부 주재 영국대사 /트위터 캡처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을 앞두고 이반 로저스 EU본부 주재 영국대사가 돌연 사임했다. 로저스 대사가 집권 보수당 내 EU 탈퇴파의 압박이 이유임을 직접 언급하면서 영국이 EU 경제권에서 배제되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로저스 대사가 3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 탈퇴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의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로저스 대사는 “근거도 없는 주장과 뒤죽박죽인 논리에 계속 맞서야 한다”며 “권력자들에게 진실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내각의 압박에 맞서면서까지 브렉시트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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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대사는 영국 내 EU 전문가로 통해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주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96년 이래 EU집행위원회(EC)에서 일해온 그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1년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유럽 외교자문으로 활동했다. 특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해 2월 영국 정부와 EU가 지위변경 협상을 벌일 때 이주민 복지혜택 축소 등 영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로저스 대사는 내각 내 EU 탈퇴파와 부딪쳤다. 그가 지난해 10월 EU 지도부는 브렉시트 관련 무역협정이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하자 메이 총리는 이를 “우울한 비관론”이라고 비판했다. 탈퇴파는 EU 잔류운동을 이끌었던 캐머런 총리를 보좌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EU 주재 대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그랜트 유럽개혁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은 메이 내각이 하드 브렉시트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며 EU 탈퇴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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