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블레임룩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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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16일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은 전남 순천시 한 아파트에서 탈옥 2년 6개월 만에 검거된다. 탈옥기간 동안 15만 경찰을 농락하며 전국을 활보하면서 그가 거쳐 간 곳마다 경찰서장이나 파출소장이 문책을 당했다. “신창원이 경찰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마치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탈옥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절도 행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도 지켜 ‘신창원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에 범죄자를 추앙하는 ‘팬카페’가 최초로 개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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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지도 덕분인지 검거 당시 그가 입었던 티셔츠는 인기아이템이 됐다. 알록달록한 티셔츠는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미소니’의 모조품으로 판명 났지만 ‘신창원 티셔츠’로 불리며 큰 유행을 탔다. 국내 최초의 ‘블레임 룩(blame look)’ 현상이라 할 만하다. 이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패션을 따라 하는 현상은 더욱 빈번해졌고 이런 악명은 명품브랜드가 급성장한 데 한몫을 했다. 과거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씨가 입었던 돌체앤가바나 재킷과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검찰 소환 당시 착용했던 에스카다 선글라스가 대표적이다. 모두 주문이 밀리면서 ‘완판 효과’를 나타냈다.

최근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덴마크 경찰에 체포될 때 착용했던 패딩과 티셔츠가 화제다. 패딩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착용했던 캐나다산 고급브랜드 노비스 제품으로 추정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제품이라면 100만원을 호가하지만 어디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티셔츠는 유니클로의 ‘스타워즈’ UT모델. 지난해 판매 당시 3만원대였지만 한정판이어서 스타워즈 팬 사이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검찰 출두 당시 ‘프라다 구두’를 신어 주목을 끈 최씨에 이어 딸마저 패션 논란에 휩싸인 모양새다. 이들에 대한 분노의 관심이 블레임 룩 현상으로 확산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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