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12일 귀국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반 전 총장 영입을 위한 정치권의 구애가 한창이다. 또 반 전 총장을 돕겠다는 정가·외교가 인사들이 늘어나는 등 ‘반기문 사단’의 몸집도 불어나고 있다.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가 점조직으로 운영되던 반기문 사단을 총괄하는 가운데 김 전 대사를 뒷받침하는 외교관 출신 그룹과 정치권 그룹의 신경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3일(현지시간) “12일 오후5시30분 아시아나 비행기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라며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께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소감을 보고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당분간 정치권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일단 기다리면서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국민의당이 어떻게 개편되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정계개편이 이뤄진 후에 행선지를 밝히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 측이 구상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친박을 제외한 보수진영과 국민의당이 연대해 반 전 총장이 후보가 되는 것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과 경선하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 전 총장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넓은 연대나 화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광범위한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해 여러 정파와의 연대를 원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와 독자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들도 반 전 총장 귀국 후 일정 조율에 나서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얻은 김 전 대사가 실무팀을 총괄하는 가운데 오준 전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의장과 외교관 출신의 심윤조 전 의원, 외교통인 박진, 안홍진 전 의원 등이 김 전 대사에게 반 전 총장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현재까지는 점조직으로 반 전 총장 홍보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사의 사무실과 별개로 언론인 출신인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명박(MB) 캠프 정책기획팀장 출신인 곽승준 교수 등을 중심으로 서울 마포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 2개 층을 임대해 ‘미니 캠프’를 꾸렸다. 또 MB계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종하 전 외교부 장관, 김봉현 전 호주대사,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와 반기문 유엔대사 추진위원을 지낸 김현일 충북언론인협회 회장도 마포 실무팀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 실무팀 관계자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마포팀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일정과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며 “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12일 이후 실무팀의 구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조직을 통합하고 본격적인 대선 모드에 돌입한다면 통합 캠프를 꾸릴 것”이라며 “여의도에 사무실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뉴스타트 한국경제포럼(간사 정태길)도 별도의 조직으로 반 총장을 돕고 있다.
김 전 대사가 ‘반기문 사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외교계와 정계가 반 전 총장의 오른팔 자리를 놓고 격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 전 총장이 10년 임기 동안 한국 내 조직을 일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던 만큼 접점이 없는 외교계와 각 정파별 정치그룹이 화합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또 광주 반씨를 중심으로 한 종친회, 충청향우회, 충청포럼과 백소회 등 지역 오피니언 리더, 반딧불이 등 지지자 모임 등 반 전 총장의 측근임을 자처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