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1995년 방영돼 시청률 50%를 넘기며 ‘귀가 시계’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가 올 12월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최민수·박상원·고현정·이정재가 출연한 이 드라마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담아냈다. 제작사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하반기 충무아트센터 개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주요 연출진이나 배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창작 초연한다. ‘새벽 세시…’는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장편 소설로, 만난 적 없는 남녀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로맨스 물이다. ‘메디슨카운티…’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동명 영화로도 유명하다. 시골의 평범한 주부와 마을을 찾은 사진작가의 운명적인 사랑을 담는다.
8월에는 소설 ‘벤허 :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탄생한 세기의 명화 ‘벤허’, 11월엔 셰익스피어의 명작이자 불멸의 고전 ‘햄릿’의 뮤지컬 버전이 공개된다. 또 광화문 연가·가로수 그늘 아래서면·붉은 노을 등을 남긴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구성한 ‘광화문 연가’가 12월 공개된다.
창작뮤지컬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인기 원작을 소재 삼는 제작방식은 최근 1~2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뮤지컬의 경우 관객 입장에서 전혀 모르는 이야기에 지갑을 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2014년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흥행 이후 대중에게 익숙한 원작을 녹여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 같은 변화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에는 해외 유명 대작을 들여와 스타 캐스팅을 통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것이 뮤지컬 시장의 생존 방식이었다. 반면 언제부턴가 ‘대형 라이선스 작품 수익은 해외 원작자와 유명 배우만 가져갈 뿐 출혈만 크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이에 더해 젊은 감각의 아티스트와 창의적인 시도가 늘어나며 새로운 방식의 창작뮤지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명 원작은 초기 홍보에는 약이 될 수 있지만, 자칫 ‘넘어설 수 없는 비교 대상’이 되어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 교수는 “원작을 무대 문법에 맞춰 가공하는 것이 작품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며 “원작을 무대에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굳이 관객이 돈 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