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법인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이하 미래에셋그룹) 회장에게 또 한 번의 커다란 도전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단순한 국내 증권사를 넘어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과연 박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이번에도 제대로 통할 수 있을까?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업계 1위의 자산운용사와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의 시너지는 1 플러스 1이 아니라 3, 4, 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오랜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7년 이후 무려 8년여 만이었다.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박현주 회장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기자들의 질문이 많기도 했지만, 박 회장 스스로도 할 말이 많은 간담회였다.
박현주 회장이 이날 밝힌 대우증권 인수 결정의 이유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절실함’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을 이끌어오며 쌓아온 내실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영을 이뤄내고, 동시에 국가 경제의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절실함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가 끝난 지 1년여가 흘렀다. 그 사이 미래에셋그룹은 2016년 4월 대우증권 인수를 완료하고 ‘미래에셋대우’의 출범을 선언했다. 곧이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 작업에 착수했다. 몇 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합병에 대한 박 회장의 의지는 강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2월 29일 자기자본 6조7,000억 원 규모의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셋대우는 박 회장의 바람대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일단 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이는 미래에셋그룹 전체의 경쟁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03년 홍콩법인(자산운용)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주요 거점 도시에 해외법인을 마련해 글로벌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물론 미래에셋대우도 대우증권 시절부터 해외 리서치, 글로벌 투자 부문에 강점을 보여 왔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 중에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미래에셋대우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과정을 착실히 밟아나갔다. 우선 지난 10월 미래에셋대우는 대표이사 직속의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을 신설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 구상에 착수했다. 특히 추진단은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을 8조원까지 늘려 정부가 설정한 초대형 IB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1월에는 글로벌 IB 도약을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역시 ‘IB’와 ‘글로벌’ 역량 강화다.
IB 부문은 기업금융(IB1 부문)과 프로젝트금융(IB2 부문)으로 나눠 전문화를 꾀했고, 위험관리책임자(Chief Risk Officer) 직속으로 리스크 정책실을 신설해 글로벌 IB로의 성장을 도모한다.
또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된 리서치센터 산하 글로벌 리서치 조직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또 자산관리(WM) 부문에는 글로벌브로커리지(GBK)추진본부를 신설해 해외투자 전략, 해외주식, 선물 매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IB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시장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미래에셋대우의 미국 뉴욕법인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현지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다. PBS는 전문투자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투자금융사업을 일컫는다. 지난 9월 미래에셋대우 뉴욕법인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에 PBS 사업 허가서를 제출했다. 만약 예정대로 2017년 초 허가가 승인된다면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현지 투자자에게 PBS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기록된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PBS를 통한 미국 진출 사안은 박현주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 완료 직후 “통합 증권사의 출범 이전에 뉴욕법인을 비롯한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에 증자부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이후 뉴욕법인에 1억 달러를 증자했고, 최근에는 1억5,000만 달러를 추가 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PBS 시작 전 자기자본을 늘려 안정적인 투자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현주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승부사이자 신화적 존재로 불린다. 평범한 증권사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지점장을 거쳐 미래에셋이라는 대형 금융그룹의 수장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박 회장은 또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역사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1등을 넘어 아시아 1등,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아시아 대표 글로벌 IB를 목표로 출범하는 미래에셋대우가 있다. 과연 미래에셋대우가 박 회장의 꿈, 그리고 국내 금융업계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이뤄줄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미래에셋대우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