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희생하는 탈퇴 방안,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로 한발 더 다가서는 모습이다. 주요 내각 인사가 ‘EU 출신 이민자의 자국 유입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시사하면서 EU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로버트 굿윌 영국 내무차관은 상원에 출석해 EU 출신 숙련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 ‘이민자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민자고용부담금은 오는 4월부터 유럽경제지역(EEA) 출신이 아닌 이민자를 고용한 기업에 1년마다 1인당 1,000파운드(약 144만원)의 부담금을 물리는 정책으로 굿윌 차관은 적용 대상을 EU 28개 회원국 출신 이민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이민자들 때문에 자신들이 간과됐다고 느끼는 영국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발언은 사람·자본·상품·서비스의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EU의 근간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테리사 메이 총리 측은 공식입장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이민자고용부담금은) 정부의 어젠다에 속하지 않으며 차관의 언급이 오해를 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무부 대변인은 “영국이 EU를 떠난 후 이민자 유입을 제어하기 위해 고려할 광범위한 선택지가 있다”며 “이 나라 사람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이민에 대한 통제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해 EU를 떠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고 덧붙여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영국 정부는 현재 33만명이 넘는 순이민자 수를 10만명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 환율은 전날보다 1.1%가량 하락한 1.2039달러를 기록하며 31년 만에 최저점을 경신했던 지난해 10월 수준보다 더 떨어졌다. 파운드화 약세는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의회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금융규제의 수용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에서 영국과 EU에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영국의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규칙들이 영국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