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이 예정된 시각보다 네 시간가량 이른 오후1시께부터 지지자 모임과 일반 시민, 취재진 등 수백명의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들어찼다.
이날 반 전 총장의 입국 전에는 ‘반기문UN사무총장 귀국환영대회 준비위원회’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 등 여러 지지 단체들이 서로가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좋은 위치에 설치하기 위해 자리다툼을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5시30분께 아시아나 OZ221편으로 입국한 반 전 총장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의 영접을 받으며 탑승교를 나섰다.
검은 양복과 붉은색·은색 줄무늬 넥타이 차림을 한 반 전 총장은 “편안하게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반 전 총장이 오후5시38분께 입국장에 부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환호와 비판을 동시에 쏟아냈다.
그가 대국민 메시지를 밝힌 12분간 지지자들은 연신 ‘반기문’을 외치며 주요 대목마다 박수를 보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뜬금없이 나타나서 대안인 척하지 마라’ ‘기름장어’ ‘반기문은 기회주의자’ 등의 문구가 박힌 피켓을 들고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반 전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특히 반 전 총장이 공항철도를 통해 서울역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KTX를 타고 오후6시께부터 서울역 대합실로 모여 들었다. ‘반총련’ ‘바른반지연합’ 등 반 전 총장의 팬클럽과 각 지역 충청향우회, 태극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 200여명은 ‘위업을 달성하시길 빈다’ ‘한국의 세계적인 지도자 반기문 총장님 환영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반 전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시민들의 환영에 감사인사를 전한 뒤 역 내 국군장병 라운지와 기념품 판매센터 등을 둘러본 후 개인 차량을 타고 사당동 자택으로 떠났다.
그는 13일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하고 사당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신고를 할 예정이다. 또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음성의 선영을 둘러보고 충북 청주의 모친 자택을 방문한 뒤 전국을 순회하는 ‘민심청취’ 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제3 지대에 머물면서 국내 정치 흐름을 관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반 전 총장의 귀국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 간 합종연횡 등 정계개편의 촉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윤석·류호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