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저에 집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서 근무하는 것이 역대 대통령의 일반적인 근무방식이라는 박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1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의 증인으로 출석한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장은 “청와대 관저에 집무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느냐”라는 국회 측의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류 전 센터장은 “대통령 관저 내부까지 간 것을 포함해 대여섯 번 청와대 관저에 가본 적이 있다”며 “저희가 근무할 때(2003∼2008년)는 관저에 집무실 개념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대통령 계신 방까지 들어가 책상에 앉아 근무한다든지 하는 상황을 본 적은 없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대통령이 관저에서 책상을 두고서 집무를 본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세월호 당일 행적을 설명하면서 “대통령들은 가족관계와 성향에 따라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달랐을 뿐 모든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평일 낮 관저 집무가 관례에 비춰 정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날 증언에 나선 류 전 센터장은 소위 벙커라고 불리는 청와대 NSC 위기관리센터장 설립을 제안하고 2003년부터 초대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제정한 인물로 국회 측이 신청해 이번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세월호 사태 이후에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류 전 센터장은 주요 재난상황 보고체계와 관련, “국가 위기, 재난이라 하면 무조건 유선 보고가 먼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보정책실장이 대통령을 못 찾는 경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안보실장은 대통령 일정을 공유하며 모른다면 부속실이나 수행비서를 통해 즉각 파악해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청와대”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 측이 당일 오전10시께 서면 보고를 통해 사고를 인지했다는 대통령 측의 행적 설명을 비판하는 맥락이다. 또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청와대 본관과 관저에 각각 보고서를 보냈다고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류 전 센터장은 국가 인명 상황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 측 대리인이 “모든 국가 인명 사태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취지냐”라고 묻자 그는 “세월호 사건같이 위험상황이 지속하면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일 경우 대통령이 책임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관들도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대응체계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진성 재판관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바로잡히고도 청와대에서 한두 시간 넘게 전원 구조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류 전 센터장은 “저희 때는 그럴 경우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측은 “긴급상황에서 선조치 후 보고가 있는데 상사에게 보고가 안 됐다고 해서 지휘관에게 잘못이 있다고 한 건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고 류 전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이두형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