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글로벌 뭉칫돈 美베팅 봇물...국내 운용사들도 "Buy America first"

[트럼프 첫 기자회견]

전세계서 1주일 평균 55억弗씩 유입되자

운용사들 '美금리연동 펀드' 잇따라 출시

美 주식·물가상승 투자 상품도 속속 선봬

"트럼프정책 아직 구체화 안돼"...신중론도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이 “다시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We will make America strong again)”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베팅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EPFR에 따르면 최근 4주(4일 기준) 동안 신흥국에서는 일주일에 평균 14억8,200만달러(약 1조7,700억원)씩이 빠져나갔지만 미국으로는 55억7,800만달러씩 뭉텅이로 자금이 유입됐다. 트럼프가 예고한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과 규제완화 방침, 금리 인상 기조를 등에 업은 미국 시장을 장밋빛으로 전망하며 돈이 몰려들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미국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미국금리연동플러스’ 펀드를 지난 11일 내놓았다. 2014년 4월 출시된 ‘미국금리연동’ 펀드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보다 높은 등급의 대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인 상품이다. 100억원조차 모집하기도 힘든 요즘 공모펀드 시장에서 미국금리연동 펀드가 최근 3개월 동안 약 3,800억원의 자금을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자 서둘러 ‘동생 펀드’를 출시했다. 미국금리연동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18%에 이른다.

다른 운용사들도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주된 타깃은 요즘 뜨는 미국 금리 및 물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과 주식형 펀드다. 이창현 AB자산운용 대표는 “당장은 아니지만 미국 본사에서 운용하고 있는 미국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펀드를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위탁운용 방식의 새로운 미국 펀드를 출시할지에 대해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도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사모펀드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모기지에 투자하는 ‘M360’ 펀드를 선보였다. 이어 국내에도 진출한 투자컨설팅사 타워스왓슨과 손잡고 조만간 추가로 미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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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도 ‘바이 아메리카 퍼스트(Buy America first)’ 흐름은 역력하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8대 증권사를 대상으로 올해 추천 상품 리스트를 집계한 결과 미국 펀드(5곳 추천)가 배당주 펀드(4곳 추천)를 제치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한국투자증권이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을, 대신증권은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을, NH투자증권은 ‘삼성미국대표1호’ 펀드를 지목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펀드도 추천 목록에 올렸다.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직접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테슬라 같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부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 PB는 아예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미국의 신성장 산업 관련주를 사둔다”며 자신의 투자전략을 귀띔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은 단순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제조업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가 각각 2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4.7%)까지 떨어지는 등 객관적인 경제지표도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물가채·달러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조언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표 경제정책이 구체화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미국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이 펀드 수익률에 이미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리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는 ‘트럼프 랠리’가 주춤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주희·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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