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의 화두인 저성장과 경기침체는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인 ‘가성비’라는 개념은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지불하는 대가에 대한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소비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다. 그런데 이러한 가성비 위주의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정보다. 알리고자 하는 내용만 공개하는 편향된 정보가 아니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정보 말이다.
소비에서 정보가 중요한 시장이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중고차 시장은 거래건수가 지난 2015년 기준 367만여건에 달하고 전체 시장 규모도 30조원을 상회하는 거대한 시장이며 가파른 성장일로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에 비해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여전히 낮고 아직도 허위매물·허위이력 차량판매 등의 문제가 심심치 않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등 개선이 난망한 상황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가 1970년에 발표한 ‘레몬을 위한 시장(Market for Lemons)’이라는 논문에서 강조한 것이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다. 그는 논문에서 시장에는 좋은 중고차와 나쁜 중고차 모두 존재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좋은 중고차를 선택하지 못하고 되레 나쁜 중고차를 선택해야만 하는 ‘역선택’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양질의 중고차라면 공히 100원에 살 용의가 있는 구매자와 팔 용의가 있는 판매자가 있다고 하자. 정보만 투명하다면 거래는 성사된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조작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어 불안한 구매자는 그 차량이 양질의 상태일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가격도 100원이 아닌 70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하지만 양질의 상태임을 알고 있는 판매자가 70원에 그 차량을 판매할 의사는 없으며 이러한 연유로 70원에 거래되는 중고차는 모두 저급의 중고차들로만 채워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역선택의 문제는 비단 구매자만의 피해가 아니고, 소비자 및 판매자 모두의 효용이 저하되고 종국에는 산업 전체의 부가가치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수해 전 꽤 오랜 기간 동안 유럽과 미국에 머물며 자동차 선진국의 중고차 시장을 공부한 결론은 ‘정확한 정보의 전달에 의한 소비자와의 신뢰형성’이었다. 당시 선진국 시장에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 레몬마켓의 현상이 만연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고 그 동력은 바로 정확한 정보의 확보 및 전달 그리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메이저업체들과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이었다.
40년도 더 지난 과거의 논문과 유럽·미국 사례가 우리의 중고차 시장에 시사하는 바 역시 정보라 생각한다. 넘쳐나는 중고차 매물과 관련 정보의 홍수 속에 기업형 경매장을 비롯한 개인매매사업자까지 전 업계가 사실에 기반한 정보제공과 보증제도, 허위매물을 제거하는 자정 노력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이 기존 시장에 만연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레몬마켓의 오명에서 벗어나 우량한 재화가 거래되는 피치마켓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윤규선 AJ렌터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