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영진 공백·주주 반발에 9.4조 하만 인수 제동

세계적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인 미국 하만인더스트리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인수를 반대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핵심 경영진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와중에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삼성전자의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짜리 인수합병(M&A)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버트 파인을 대표로 한 일부 하만 주주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에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 등 하만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 권리 구제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하만 이사진이 회사 가치를 저평가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다른 인수 대상자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도 문제 삼았다. 하만이 삼성전자와 인수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에 2억4,000만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한 것도 주주들이 소송을 건 이유다.


이번 M&A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하만의 주요 주주도 나왔다. 하만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란틱투자운용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만의 지분은 뮤추얼펀드·기관투자자 수십여 곳이 모두 합쳐 9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분율 5%가 넘는 주주는 뱅가드그룹(8.98%)·T로웨프라이스(7.41%)·웰링턴자산운용(5.40%)·JP모건(5.09%)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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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차량용 전장 사업에서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14일 하만 지분 100%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인수가 80억달러는 주당 112달러에 해당하며 이는 지난해 11월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하만 주식 종가에 28%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만 인수가는 당시 주가를 따졌을 때 적정 가격으로 보인다”며 “하만의 일부 주주들이 문제삼는 인수 협상 조건도 M&A 과정에서 당연시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의 정상적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자칫 하만 인수 작업이 벽에 부딪칠 수 있다는 염려가 많다. 하만의 주요 주주들과 만나 향후 청사진을 제시하고 인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할 이 부회장의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 기관이 삼성전자와 하만의 기업 결합을 승인할 지도 변수다.

하만은 올해 1·4분기 안에 주주 총회를 열어 인수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4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팔리월 CEO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7’ 현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하만의 고객사와 주주 대부분은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인수 성공을 확신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등 악재가 끼며 불확실성이 커진 형편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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