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비절벽 끝에 선 음식점들 "손님 줄고 가격 올려야 하고....어떻게 하나요"

[르포]새해 식당가 둘러보니

학생 직장인 찾는 음식점들 '울며겨자먹기' 가격 인상

계란파동에 식자재 가격도 올라 어쩔수 없어

서민들 식비 포함 생활비 부담도 커져

지난해 말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한 식당이 한창 손님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말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한 식당이 한창 손님들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피스 상권이 몰린 서울 광화문 인근 일부 식당들이 12일 점심시간을 맞아 기존 가격에서 1,000~2,000원 인상된 가격을 표기한 간판을 내걸었다. /최성욱기자오피스 상권이 몰린 서울 광화문 인근 일부 식당들이 12일 점심시간을 맞아 기존 가격에서 1,000~2,000원 인상된 가격을 표기한 간판을 내걸었다. /최성욱기자


“무려 5년 만에 가격을 올렸어요. 안 그래도 손님이 줄어 걱정인데 더 타격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계란파동에 식용유 등 각종 식자재 가격마저 오름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부득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데다. 지갑이 얇은 학생과 직장인들은 갈수록 지출을 줄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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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1일과 12일 서울시내 주요 및 음식점과 정부세종청사 주변 음식점을 둘러본 결과, 싼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곳 상당수 가게가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2,000~3,000원까지음식값을 올렸다. 종로의 A김치찌개집의 경우 최근 주 메뉴인 김치찌개를 1만1,000원(2인 기준)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주인 송선규(67·가명)씨는 “가격 인상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며 “손님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의 B고깃집도 비슷한 금액을 올린 메뉴판을 새로 설치했다. 주인 장혁(52·가명)씨는 “인상해봐야 남는 것이 많지 않은데 행여 장사가 잘되니까 가격을 올렸다는 오해를 살까 두렵다”며 “부담스럽기는 손님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문제는 오랜 시간 누적돼 온 인상분이 이제서야 반영된 것이라는 점이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권별로 경쟁업체의 가격인상은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일부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돼왔던 식재료비 인상분 등을 뒤늦게나마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끼 부담이 커지면서 각자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때우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외식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0%의 두 배 이상인 2,5% 를 기록하면서 주로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박성균(41)씨는 “월급은 그대로라 용돈을 올려달라고 할 수 없고 아끼는 방법밖에 없다”며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라는데 ‘혼밥’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거비와 교통비 등 생활비 부담까지 덩달아 소비심리 위축을 부채질 중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소득 하위 10%의 가처분 소득이 역대 최대폭인 전년대비 16%포인트가 급감한 데다 그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 가계의 경우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덩달아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도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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