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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조’ 유해진 “현빈하고 캐스팅 바뀐 것 아니냐고? 그런 말 많이 들었죠”

1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공조’는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역린’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 미남스타 현빈에, ‘럭키’로 전국 7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확실하게 ‘코믹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힌 유해진까지 상반된 스타일의 두 남자가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다니 매력적인 버디 무비의 탄생이 기대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공조’는 캐스팅에서 뜻밖의 선택을 한다.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처럼 응당 잘 생겨야 할 남한형사 ‘강진태’ 역할에는 북한사람처럼 생긴 유해진이 캐스팅됐고, 북한형사 ‘림철령’ 역할에는 남한에서도 국보급 미남인 현빈이 캐스팅됐다.

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공조’의 이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캐스팅의 아이러니함은 남한형사 ‘강진태’를 연기한 유해진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남한형사 ‘강진태’에 현빈이 아니라 유해진이 캐스팅되어야만 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캐스팅이 바뀐 것 아니냐는 말, 너무 많이 들었죠. 내가 북한형사가 아니라 남한형사라고? 일단 저부터도 잘못 본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말은 차승원씨하고 ‘이장과 군수’할 때도 많이 들었어요. 너가 정말 이장 역할이 아니라 군수 역할 맞냐고.”

북한의 특수 정예부대원 림철령(현빈 분)은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 지폐 동판 ‘슈퍼노트’를 탈취하려는 차기성(김주혁 분)을 막으려다 아내와 동료들을 모두 잃게 된다. 림철령은 차기성이 ‘슈퍼노트’를 들고 남한으로 갔다는 말에 남한으로 가서 차기성의 목을 따겠다고 하고, 북한에서는 림철령을 형사로 발령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의 수행원으로 참여시킨다. 그리고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 분)는 림철령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의 행동을 방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공조수사를 시작한다.

‘공조’는 줄거리만 보면 매우 긴장된 분위기의 액션 스릴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영화 ‘공조’의 분위기는 물론 진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웃음이 소소하게 흘러 나오는 코믹 액션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바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남한형사 ‘강진태’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의 몫이었던 것이다.

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사실 ‘공조’는 남과 북의 공조수사와 같은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북한에서 온 ‘림철령’과 남한에 사는 ‘강진태’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한 거죠. 공조수사를 통해 만났지만 결국 남과 북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두 사람이 정을 나누는 이야기. 저는 ‘공조’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영화 ‘공조’는 현빈과 유해진이 만난 순간부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냉철하고 절도 있는 현빈과 매사를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유해진이라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전혀 상반된 두 사람의 호흡도 예사롭지 않은데, 얼굴만 보고 현빈에게 반해버린 백수 처제(윤아 분)의 이야기 등 유해진의 평범한 가족사까지 더해지면 어느새 남과 북이 하나되는 가족 드라마라는 생각까지 든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란스(밸런스) 있게 가는 것이었어요.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남자 대 남자,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뒀죠.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웃음과 액션 사이에 절묘한 바란스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특히 ‘공조’에서 유해진의 소소한 가족 이야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빈이 연기한 ‘림철령’은 북한에서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을 잃고 복수심과 분노에 불타던 남자였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남한에서 넉넉하지도 않고 얼굴만 보면 티격태격 다투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정이 넘쳐나는 강진태의 가족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그의 날선 모습도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이런 소소한 일상의 단면들은 유해진에게도 의미 깊은 장면이었다. 그동안 유해진은 수많은 영화에서 건달이나 조폭, 양아치를 전문적으로 연기해오며 그 역시도 이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연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지난해 개봉한 ‘럭키’가 유해진이 모처럼 따뜻하고 평안한 일상을 연기한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공조’에서 보여지는 따스한 일상의 풍경은 유해진에게도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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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진태 집의 그런 소소한 풍경은 저하고는 아주 먼 이야기였어요. 지금이야 배우로 성공해서 괜찮게 살지만, 긴 무명시절 동안 저런 아파트에서 가족들하고 사는 모습 자체가 저에게는 꿈이고 로망이었거든요. 제가 항상 그런 생활을 동경해왔고, 그보다 못 살던 시절이 많아서 그런 행복한 모습도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만일 제가 전부터 여유롭게 살았다면 그런 행복한 풍경을 진심으로 그려내지 못하고 겉으로 흉내만 냈을지도 몰라요.”

현빈 역시도 ‘공조’에서 유해진을 만나며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유해진이 지닌 따스하고 푸근한 매력이 현빈에게도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해진의 ‘아재개그’만 빼고 말이다.

“현빈씨와 저 둘 다 낯가림이 심해요. 근데 이번에는 현빈씨가 직접 저희 집을 찾아와서 술 한 잔 했어요. 현빈씨 매니저가 그러더라고요. 현빈씨 저러는 거 자기도 처음 본다고. 그렇게 남자들끼리 밤새 술 한 잔 하고 다음날 해장까지 하면서 친해졌어요.”

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영화 ‘공조’ 유해진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촬영 전과 촬영을 마친 지금을 비교하면 확실히 온도 차이가 나요. 예전에는 현빈씨에게서 각지고 반듯한 이미지를 느꼈다면, 지금은 부드러운 모습 등 다른 모습도 보여요. 더 따뜻해졌어요. ‘공조’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현빈에게 ‘여전히 못 생겼네’라고 하는 말도 그런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대사였어요.”

유해진은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배우로서도 한참 후배고 나이도 아들뻘이라고 할 수 있는 남주혁에게도 처음에 존댓말을 써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것은 유해진이 방송을 의식해 만들어낸 가식이 아니라, 정말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유해진의 평소 모습이 진중하게 묻어나는 일면이었다.

유해진은 본인 스스로도 배우로 이 정도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해진의 말을 듣다보면 유해진이라는 객관적으로 미남이라고 보기 힘든 배우가 왜 ‘미남’으로 보이는지 그 절묘한 착시효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거창한 욕심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묻어나는 남자. 그 사람이 바로 유해진이었던 것이다.

“어릴 때 저는 꼭 주연배우가 되야지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지금도 솔직히 그런 생각은 없어요. 그냥 배우로 쭉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해왔어요. 여태까지 저는 많은 분들이 밀어줘서 여기까지 왔어요. 영화 ‘럭키’의 제목을 한국말로 바꾸면 ‘행운’ 혹은 ‘복’인데. 저는 살면서 정말 큰 행운과 복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산에 올라가거나 달릴 때마다 항상 생각해요. 난 정말 복 받은 놈이구나. 난 정말 행복하구나.”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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