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브랜드가치 7위 한국대표기업 치명타...반세기 공든탑 무너지나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

글로벌신뢰도 타격 불가피

해외 투자자들에 약속한

지주사 전환도 중단위기

2008년 비자금특검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함에 따라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의 ‘글로벌 신뢰’에 금이 가게 됐다. 반세기 이상 공들여 쌓아올린 브랜드 인지도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글로벌 초일류기업 삼성의 명성과 권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을 해주는 대신 삼성그룹이 반대급부로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순실 측에 자금지원을 했다는 의혹에 삼성 브랜드와 신뢰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지난 2008년 비자금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기소됐을 때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들여 쌓은 신뢰 무너져=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210조~250조원의 매출과 35조~50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탁월한 기술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 소비자 신뢰도를 차곡차곡 높여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뇌물 의혹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도 삼성 브랜드와 신뢰도 저하는 불가피하게 됐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15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삼성은 공들여 쌓은 글로벌 신뢰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처참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5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100대 브랜드 랭킹에서 당당히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14% 상승한 518억달러(약 58조원)를 나타냈다. 2000년 52억달러(43위)와 비교하면 10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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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혁신기업’이라는 방정식이 통한다. 이달 12일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선정한 ‘2016년 세계 50대 혁신기업’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7위를 나타냈다. 전년 대비 2계단 떨어진 성적표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등을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현실로 나타나면서 삼성 브랜드 이미지는 내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또 다른 브랜드 조사기관인 ‘월드 브랜드 랩’이 지난해 12월 말 공개한 ‘2016년 세계 500대 브랜드’에서 삼성전자는 53위에 머물렀다. 2015년 5위에서 무려 47단계나 내려앉은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도 올스톱=삼성그룹은 올해 5월까지 지주회사 로드맵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내놓기로 했는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 같은 경영 스케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신뢰의 삼성’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말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주주 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여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글로벌 투자자들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삼성 브랜드 인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제조업 계열사를 투자회사 밑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은 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아래에 두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 특검소환과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세지는 재벌개혁 법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은 당분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오너가 구속된다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에서 빠질 수 있다”며 “삼성은 당분간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실적개선, 주주 신뢰도 제고 등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오너 경영의 장점이 일순간 사라지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면서 적시에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시설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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