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당사자로 지목받는 최순실씨가 이번 사태가 고영태씨 등이 만든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더블루K의 운영과 관련한 질문에 “걔네들(고영태·박헌영·유상영 등)이 기획하고 저한데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씨는 “셋 모두 서울 모체대 출신 학교 선후배 관계”라며 “이전부터 최순실 게이트를 만들 것이라는 둥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자신이 미르·K스포츠재단, 더블루K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관련, “그쪽에서 만들어 검찰에 제출한 것인데 이번에 처음 본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상상 조직도로 저를 코너로 몰기 위한 술책”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너무 이게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어 제가 괴물이 돼 있고 재산이 몇조라는 둥”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건의 촉매제가 된 태블릿PC도 박헌영 전 K스포츠 과장이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박헌영이 청문회에서 제가 고영태 책상에 태블릿PC를 놓고 가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며 “몰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의 검찰 수사기록도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이 너무 강압적인 수사를 하고 있어 압박 때문에 특검 수사도 못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이어진 증인 심문에서 핵심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은 모르는 사이라고 했으며 ‘국세청장 후보를 알아보라 했다’는 등의 인사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모순된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자신이 만들거나 운영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K스포츠 재단의 2대 이사장 후보는 자신이 추천했다고 말했다. 차은택씨의 이력서를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력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적은 있지만 인사 추천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호성 비서관을 정 과장이라고 불렀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는 “정 비서관”이라고 답했지만 이후 정동춘씨를 K스포츠 이사장에 추천한 이유를 답하면서 “공백이 오래니까 ‘정 과장’한테 추천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밖에 청와대 출입 이유와 관련해 “옷 이외 다른 사생활 관련해 여러 가지 이유로 들어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국회 측 대리인단의 질문에 “굉장히 의도적인 질문을 한다”거나 “유도 심문에 답하지 않겠다” “질문을 똑바로 해달라” “제가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어떤 이권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는 등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헌재는 이날 최씨에 이어 안 전 수석의 심문을 열고 대통령의 업무 지시를 적은 수첩이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등을 물었다. 헌재는 17일 6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4명을 불렀지만 송달불능과 불출석 사유 제출로 전원 불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록·이두형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