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사드부지 교환계약 지연] 예상보다 강한 中 압박...롯데도 軍도 '진퇴양난'

롯데, 中 사업 큰 타격 우려

계약 승인 이사회 날짜 못잡아

국방부 연내 배치 어긋날 수도

사드 배치 후보지인 롯데 성주 골프장. /연합뉴스사드 배치 후보지인 롯데 성주 골프장.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예상된 복병’을 만났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중국의 압력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던 롯데 측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애초 발표한 성주포대가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에 봉착하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롯데 성주 스카이힐골프장 매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롯데 측이 특혜받는 것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왔다. 성주 스카이힐골프장은 롯데가 시공사를 맡았다가 발주자의 자금난에 따라 떠맡은 골프장이다. 반면 국방부가 교환부지로 제시한 남양주 소재 군 용지는 서울 강남과 인접해 수도권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꼽히던 지역이다.

장부상으로도 두 부지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국방부가 잠정 결정한 성주 골프장(148만㎡)의 감정평가액은 1,000억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재무제표상 장부가격이 850억원으로 잡혀 있지만 공시가격은 450억원이다. 반면 남양주 군 용지는 면적이 20㎡로 훨씬 작지만 공시지가만 1,400억원에 이른다. 두 부지의 공시지가 차이가 큰데도 국방부가 감정평가액을 너무 많이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돌았다.


막상 롯데는 ‘굴러들어온 노른자위’를 덥석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말 현지에 진출한 롯데 주요 계열사에 들이닥쳐 세무조사 및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향후 과징금 부과 내지 영업정지 같은 제재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불매운동 등을 유도할 경우 현지에 진출한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유통업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롯데가 중국에서 시공 중인 모든 공사에 대한 준공검사 지연 소식까지 들린다. 국내 롯데면세점도 고객의 70%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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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서는 단순히 ‘알짜부지’를 얻어 몇백억원 챙기는 차원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사활적 이익’이 걸렸다는 얘기다. 롯데는 이에 따라 ‘확정일자’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주 군 용지와 골프장 부지의 교환계약을 승인할 이사회 개최 날짜를 아직까지 잡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조기 배치는 고사하고 올해 안 사드 배치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국방부의 안이한 판단 탓이 크다. 국방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중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며 중국 당국의 태도가 점차 유연해지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국방부와 롯데가 ‘특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롯데상사의 이사회가 극적으로 개최되고 의결하는 모양새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국방부 당국자가 “조만간 (이사회가) 개최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롯데가 중국 관련 사업에서 받은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중국에 진출한 다른 국내 기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권홍우·서일범 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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