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 거짓에 무감각한 사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할까.” 청문회나 헌재 진행 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먹고살 만큼은 됐지만 우리 사회는 도덕성이라는 면에서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기만 하다. 이 땅에서 생활인으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이게 된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기·무고·위증과 관련된 사건에 의도하지 않게 직접 혹은 간접으로 연루되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해서 질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유독 남을 속여 물질적 이익을 취하는 일이나 입을 맞춰서 법정에 거짓 증언이나 증거를 제시하는 일이나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소송을 거는 일들이 너무 잦다.


지난해 6월, 한국과 관련해서 불편한 기사를 이따금 싣는 일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저널’은 “거짓말이 만연한 한국 사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사회가 일본에 비해 월등히 많은 사기·무고·위증 사건의 실태를 제공하면서 불편한 주장을 펼친다. “한국인이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조차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은 “2000년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1,198명, 무고죄는 2,956명, 사기죄는 5만386명이었는데, 2013년 위증죄는 3,420, 무고죄는 6,244명, 사기죄는 29만1,128명으로 급증했다면서 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66배가 더 높은 수치이며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무려 165배가 더 많은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기소 건수가 이 정도라면 고발 건수는 훨씬 많은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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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나 검찰에는 유사한 사건들이 폭주해서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기존 인력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림을 받아야 한다. 거짓에 무감각한 사회가 우리 사회인 것은 사실이다. 고소 고발 사건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이다. 법률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을 미뤄 보면 사기·무고·위증 관련 범죄는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외적인 활동을 통해서 부를 추구하는 활동인 이른바 ‘지대추구 사회’로 우리 사회가 달려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을 두고 사람들의 심성에 전적으로 원인을 돌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훨씬 큰 부분이 ‘인센티브 구조’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고소 고발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설령 아무런 혐의가 없더라도 고소 고발을 주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근래 청문회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지도층 인사들이 저 정도로구나라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물질적으로도 잘 사는 나라가 돼야겠지만 타국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도덕적으로 건강한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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