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뮤지컬 키즈들 "빌리처럼 춤에 매료 됐어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 가보니]

응시자 200명중 뽑힌 16명

제2 빌리·마이클 꿈꾸며

맹연습한 춤·노래 쏟아내

해외 협력 연출·안무가

"실력보다는 불꽃이 터지는

날 것 그대로의 아이 찾아"



“여러분, 에너지가 없어요, 좀 더 정확하게 해봐요!”

“골반은 바닥과 평행이 되도록 해야죠.”


외국인 선생님의 지시에 바(bar)에 몸을 맞긴 소년들의 몸이 바빠진다. 검은색 타이즈와 흰 셔츠를 입고 가녀린 팔다리를 우아하게 움직이던 7명의 어린이는 “잘했어요(Good Boys)”라는 한마디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제 나이의 장난꾸러기로 돌아왔다. 춤추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모두 긴장했던 이 자리는 7년 만에 재연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선발을 위한 최종 오디션 현장이다.





지난 20일 서울 약수동에 위치한 뮤지컬 하우스 연습실은 주인공 빌리와 마이클 배역 최종 후보에 든 16명(빌리 7명·마이클 9명) 소년의 구슬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탄광촌 소년 빌리’가 주인공인 작품인 만큼 이들은 1차 오디션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발레·탭·현대무용·아크로바틱·스트릿댄스·필라테스·보컬 등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닦아 왔다.


빌리 엘리어트의 국내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4월 1차 오디션을 시작으로 ‘보석 같은 타이틀 롤’ 찾기에 나섰다. 빌리 엘리어트는 마틸다·애니·올리버 등과 더불어 아역이 주인공인 대표 작품으로, 빌리 역은 2시간 50분간 무대를 이끌어갈 연기력과 가창력, 여기에 춤 실력까지 갖춰야 한다. 오디션에 응시한 200여 명 중 최적의 빌리를 발굴하기 위해 해외 협력연출인 사이먼 폴라드와 안무가 니키 벨셔·대미안 잭슨, 음악 수퍼바이즈 팀 스미스가 내한해 소년들을 가르쳤다.

관련기사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춤추는 게 좋아 오디션에 도전했어요.”(김현준·11),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하다 난생처음 춤을 배우는데,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겨요.”(성지환·10), “엄마 때문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춤이 정말 좋아요.”(테일러 에릭·9)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8개월간 춤과 노래, 연기를 배우면서 ‘빌리’는 놓치고 싶지 않은 모두의 꿈이 되었다.

사실 최종 후보 모두 연기·무용 등에서 다양한 경력과 수상 기록을 지닌 ‘준비된 아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세계를 돌며 빌리 엘리어트 아역을 발굴해온 해외 연출진은 “탄탄한 실력보다는 불꽃(spark)이 터지는 친구를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력안무가 대미언 잭슨은 “최대한 때 묻지 않은, 날 것 상태의 아이를 찾으려고 한다”며 “지나치게 트레이닝 된 아이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협력연출가인 사이먼 폴라드 역시 “춤 실력이 좋아도 뜨거운 각오가 보이지 않으면 빌리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극 중 빌리가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부르는 노래가 ‘전율(Electricity)’이다. “내 안에 뭔가 타오르듯이 숨길 수 없이 터져 나와 나를 감싸고, 난 갑자기 하늘을 날기 시작해. 그 짜릿한 전율 짜릿한 전율 나를 태우는 내 안의 자유.” 차분히 노래하던 빌리는 어느 순간 자신의 기분을 말 아닌 춤으로 보여준다. 오디션에서 이 노래를 합창하는 앳된 얼굴들은 최종 결과를 떠나 이미 춤의 매력에 흠뻑 빠진 빌리였다. 편견을 딛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오는 12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신시컴퍼니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