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할랄식품 육성사업, 용두사미로 끝나나

정부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할랄식품 육성 사업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식품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전북에 건설하기로 한 할랄식품 전용단지 사업은 지난해 무산됐고 전용 도계장 및 도축장 구축 사업도 기업의 참여기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동 순방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모양새다.


할랄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들이 먹도록 허용된 음식이다. 동물 도축도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Dhabihah)’를 따라야 한다. 이런 규정을 맞춘 할랄인증 식품 산업 규모가 20억 무슬림 인구에 힘입어 매년 20%씩 증가해 2018년에는 1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는 세계 식음료 시장의 1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프랑스 등 각국이 앞다퉈 할랄식품 산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거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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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랄식품을 수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2015년 8억달러 수준이던 수출 규모를 올해 말까지 12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문제는 기초적인 수요조사조차 안 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업이 표류하거나 백지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할랄식품 육성을 위해 편성한 예산 95억원 가운데 75%인 70억원이 불용처리됐을 정도다.

정부가 지금까지 제2의 중동 붐 운운하며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은 채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이 이번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의 중동 원전 및 의료 산업 수출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지금부터라도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기에 앞서 먼저 경제성이 있는지를 따지고 기업들의 애로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신성장 수출 산업이라고 강조한들 기업의 참여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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