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예술의 역할
최근 ‘이주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6월, 영국이 ‘반(反) 이민’, ‘반 난민’을 외치며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지은 데 이어,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의 ‘반(反) 이민정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민자들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정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때, ‘남’일 수 있는 이민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미국에서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처드 몬토야는 불법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만들어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민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브렛 스탈바움 교수는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국경을 넘는 이주도구’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이 사막에서 물을 찾게 도와주는 휴대전화용 내비게이션 장치인 이 작품은 국경을 넘는 탈수상태의 사람들을 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며, 그들에게 또 다른 자양분으로 시를 들려주기도 한다.
▲‘2016 올해의 작가’ 믹스라이스, ‘이주’를 기록하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오랜 시간 이주문제를 탐구해온 미술그룹이 있다. 조지은, 양철모 두 작가로 구성된 ‘믹스라이스(mixrice)’다. 믹스라이스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마석가구단지를 중심으로 ‘마석동네페스티벌’, 예술가와 이주 노동자가 협업하는 공장 시스템인 ‘공장의 불빛’이라는 공간을 구축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주의 흔적과 과정을 탐구하던 믹스라이스는 최근 식물들의 이주로 관심 영역을 확장했다. 급격한 재개발로 강제 이주 당하는 식물의 모습을 통해 커뮤니티 붕괴 현상, 시간과 역사의 단절 현상에진정서 있는 질문을 던지며 대표적인 한국 현대미술상인 ‘올해의 작가상’ 2016년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번 주 일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되는 ‘SBS 아트멘터리’에서는 ‘남’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민자들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가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 안의 이주문제를 고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