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올 설 전통시장을 애용하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평안도 안주에서 6·25 전쟁으로 피난온 뒤 1966년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이 문을 열면서 자리를 잡은 최기석옹(94세)은 우리나라 전통시장 역사의 산 증인이다. 시장 안에서 슈퍼를 운영하면서 수유시장을 이끌고 있는 그의 건강비결은 매일같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장진열을 직접 하는 것이란다. 지난 19일 설을 앞두고 시장상인들의 고충과 장바구니 경제상황을 알아보고자 필자가 방문한 수유시장은 고비에 선 전통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대형 마트에 맞서기 위해 건물형 수유시장과 수유전통시장, 수유 재래시장 등 3개 시장을 합쳐 1만4,900㎡(4,500평)에 300여 점포가 입점해 규모의 경쟁력을 갖췄고 깨끗하게 정비된 가게간판과 구획정리,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여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했다.

최근에는 인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머무는 숙소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개발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교육까지 실시하는 등 특색있는 전문시장이 되기 위한 다양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전통시장은 산업화 초기 인구 2만이면 시장이 하나, 초등학교가 하나라는 통설에 따라 인구증가와 함께 1,700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유통개방과 함께 넓은 주차장 등 쾌적한 현대화시설을 갖춘 대기업의 대형마트 진출확대와 함께 많이 사라져 지금은 1,500개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기업형수퍼마켓(SSM)이 외형을 확대하고 있고 대형복합쇼핑몰까지 곳곳에 등장하면서 전통시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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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유시장의 변신처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미 유통 선진국에서는 대형유통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업종별, 품목별로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유통 대형화가 추세지만 몇 년이 지나면 특색있는 전문시장이 각광받을 것이다.

전통시장의 강점은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따뜻함이 있다는 것이다.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하고 세련미는 없어도 우리 민족 특유의 정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장상인이 먹여주는 갓 나온 뜨끈뜨끈한 가래떡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투박한 말투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덤을 얹어 주기도 하고 가격흥정을 벌이기도 하면서 장 보는 재미와 함께 이웃과 삶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특히 전통시장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설을 앞두고 알뜰하게 제수용품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준비를 위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경우 소요 비용(22만원)이 대형마트(29만원)보다 24.1%나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설, 제수용품과 이웃에게 나누어 줄 선물은 값싸고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에서 구매해 보자. 그리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해 보기를 권유한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도 활성화하고 어려운 이웃도 돌볼 수 있는 방법이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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