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확바뀐 호남민심

견고했던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서서히 녹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자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의 민심이 유력 대선후보인 문 전 대표로 조금씩 쏠리는 모양새다.



반문 정서의 붕괴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조직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 전 대표의 지지자 모임 ‘포럼광주’ 행사에서는 김효석 전 의원이 문 전 대표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주도했던 안철수계였다. 또 23일 열린 광주·전남 언론 포럼 문재인 전 대표 초청 토론회에서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사장을 찾아 문 전 대표에 힘을 더했다. 이 의원은 손학규계지만 문 전 대표의 구애 끝에 문 전 대표의 호남 언론특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조직통인 한병도 전 의원을 중심으로 김영록 전 의원 등 다수의 호남 전직 의원들이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기 총선을 기다리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 문 전 대표를 돕는 것은 반문 정서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22~23일 이틀간 진행된 광주·호남 일정을 통해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이며 반문 정서에 대해 “송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며 항상 호남과 함께하고 있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호남을 대했다. 죄송하다”며 “다시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다면 다시는 호남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반격에 나섰다. 22일 2박 3일간 호남 일정에 나선 안 전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로 잠시 올라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 호남 지도부와 ‘소맥(소주+맥주)’을 마시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박 대표가 안 전 대표가 반대하고 있는 연대론을 연일 흘리고 있음에도 호남의 맹주인 박 대표와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하며 호남 오피니언 리더층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호남 민심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호남에서 인정받지 못한 야당 대선후보는 없었다”는 야권의 정설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는 호남에 ‘반문 정서’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정계은퇴 압박까지 받아왔다. 문 전 대표가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 안희정 충남 지사 등을 지원하라는 목소리였다. 이를 인지한 문 전 대표도 지난 총선 호남 유세 과정에서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강경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20대 총선 호남 참패 직후 부인인 김정숙씨를 호남에 자주 내려보내는 노력 등을 하며 어느 정도 호남 민심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의 적자로 인정받던 안 전 대표도 호남 지지율이 빠지면서 본선 무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호남 지도부가 당의 탄생 주역인 안 전 대표를 호남의 대통령 후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안 전 대표가 ‘대선완주’를 공식화한 것도 호남 민심만 끌어 잡는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호남에서 문 전 대표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순간 문 전 대표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5대 대선에서 호남은 김대중 당시 후보에게 94.7%,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에게 93.4%,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89.2%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유력 야권 주자에게 힘을 모아준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호남의 민심을 요약하면 정권교체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호남은 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안심할 수 없고 안 전 대표도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광주=박형윤·박효정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