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내 관측사상 최대 규모(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일어났던 지역 밑에서 새로운 단층이 발견됐다. 이번 단층은 한반도 지진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양산단층대에서 나무가지처럼 갈라져 나온 ‘지류단층’이며 그 일대에 미발견 단층이 추가로 존재할 수 있어 당국과 학계의 정밀 연구와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4일 경남 포항시 흥해읍 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주지진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신규 발견 단층은 경북 경주시 남부권인 내남면 일대의 지하 약 11~16㎞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의 경주 지진은 이 단층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2개의 지층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수평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과정에서 쌓인 탄성력(응력 에너지)이 터져 나오면서 발생했다는 게 지질연의 분석이다. 당시 해당 단층면은 너비 5㎞, 길이 5㎞정도 파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해당 단층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해 경주지진 및 여진으로 응력 에너지를 방출했기 때문이다. 해당 단층이 자리 잡은 깊이는 보통 10㎞이내인 여타 국내 단층들보다 깊다. 따라서 이 단층이 갈라져도 지표면까지 파열되지는 않았다고 지질연은 설명했다. 동일한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표면이 찢어지지 않으면 지상의 재난 규모가 상대적으로 둔화된다. 경주 지진과 이후 여진 등의 발생빈도와 강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주 일대에 규모 5.0이상의 강진이 재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변에 또 다른 단층들이 존재할 수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지질연의 입장이다. 양산단층 등이 활성상태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아 강진 재발 가능성을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도 “새로 발견된 단층은 인근 양산단층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류 단층으로 파악됐다”며 “또 다른 위치에서 지진이 발생할 단층들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질연은 지난해 11~12월 경주지진 진앙 일대에서 탄성파탐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소규모 단층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는 제 4기 단층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단층운동에 따른 지진재해 발생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탄성파탐사란 폭약을 터뜨리거나 진동발생장치 등을 활용해 지표 부근에서 인공 지진파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해당 파동의 전파시간과 파형을 분석하면 지질구조를 알 수 있다.
신중호 지질연 원장은 “앞으로 경주지진과 연계한 동남권 지진·단층 관련 연구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대응방안을 밝혔다. 이날 실증연구센터에서 개최된 발표회에선 우리나라의 지진조기경보체계를 고도화하고, 양산단층 중부지역인 대단층계의 위험요소를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해 방안 등이 대응책으로 제안됐다. 지진조기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지진피해가 발생하기 수초~수십초 전에 주민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3%의 원전이 (포항, 울산 등) 동남권에 설치된다”며 “(지진에 대한) 인력, 기구가 부족하면 지금이라도 확충해서 전문 연구 능력을 축적해야 한다”고 당국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포항=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