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반도체 강자들이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넘어 자율주행차 등 커넥티드카 시장을 향한 ‘골드 러시’를 진행하고 있다. PC 몇백대의 성능에 맞먹는 스마트한 자동차가 블루오션으로 부각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사활을 건 탓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전력관리칩(PMIC) 등 모바일 반도체에 주력했던 글로벌 기업 맥심 인터그레이티드가 차량용 반도체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1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0% 가까이 늘어났다. 최헌정 맥심 인터그레이티드 코리아 사장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주변 환경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데이터를 보호하는 솔루션에 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 수밖에 없어 성장 전망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미 모바일 반도체 부분의 절대 강자인 퀄컴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 NXP반도체를 390억달러(48조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라도 모바일 AP를 공급하길 고집했던 인텔이 스마트폰 반도체 사업을 접고 자율주행차용 플랫폼 ‘고(Go)’ 등 사물인터넷(IoT) 관련 사업에 주력하는 게 달라진 판을 보여준다.
완성차 한 대에는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200여개에 달하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스마트폰에는 100여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때 자율주행기능 등 스마트한 기능을 더하면 더하면 기존 자동차에 쓰이던 반도체보다 10∼20배 이상 늘어난 컴퓨팅 파워가 요구된다. 지난해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 장치 제조사 엔비디아에서 내놓은 PX2는 애플의 맥북 프로 노트북 150대를 합친 것과 맞먹는 성능을 자랑하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이 성능은 강력하되 설계는 단순화하는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자동차 전장 부문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대비 6% 늘어난 342억8,900만 달러(39조7,000억원), 2018년에는 올해 대비 7% 이상 늘어난 368억달러(42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자동차는 사실 스마트폰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의 시장이라 기존 산업에서는 쳐다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이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면 자율주행기능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을 전부 다 쓸 수 있으면서 확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동시에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하나의 반도체칩으로 만드는 전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은 차량에서 기능하는 200여개의 반도체칩이 각기 다른 코딩으로 제작됐다면 여러개의 복잡한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하나의 칩을 만드는 걸 궁극적 목표로 두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상당히 많은 전략적 제휴와 경쟁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