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빅텐트’ 구축 재점화에 나섰다.
반 전 총장과 안철수·유승민·남경필 등 국민의당·바른정당 소속 주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번지자 이를 뒤집을 반전 카드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9일과 30일 잇따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만나 제3지대 연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전에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박 대표와 90분간 비공개로 회동했다.
박 대표는 회동 이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반 전 총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번 대선에서 개혁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과 당장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향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반등할 경우 다시 반 전 총장과의 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이 보수 여권으로 가건, 야권으로 가건 반 전 총장이 결정할 일이지만 태도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과연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반 전 총장의 입당) 셔터를 닫았다’는 발언에 대해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주시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전날 김무성 의원과 독대하고 ‘친박·친문 패권주의 청산’에 노력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올해 대선에서 정치교체의 시대적 과제 수행에 협력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반패권주의, 개헌 연대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과 지도력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세력 결집 방안은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권의 연대 움직임은 더뎌졌지만 반 전 총장이 연대세력 간 이견 조율에 나서고 있어 지지율이 반등할 경우 제3지대 구축은 빠른 전개를 맞을 수 있다. 그는 앞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만났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대선을 앞두고 세 확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 전 대표는 30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1시간 동안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회동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현 정국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사실상 차기 대선에서 연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