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發 글로벌 카오스] '입국금지' 무슬림 7국 "즉각 보복"…백악관엔 "트럼프 탄핵" 인파

■ 反이민 행정명령 후폭풍

이란 "극단주의자들엔 가장 큰 선물" 비난

무슬림 생이별 소식에 지구촌 분노 들끓어

트럼프 "세계 엉망진창…강력한 심사" 고집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중동과 북아프리카 7개국 국민의 비자 발급 및 미국 난민 프로그램의 잠정 중단을 발표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보스턴=AP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중동과 북아프리카 7개국 국민의 비자 발급 및 미국 난민 프로그램의 잠정 중단을 발표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보스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전 세계를 충격과 대혼란으로 몰아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테러 위험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이라크와 이란·시리아·리비아·수단·예멘·소말리아 등 무슬림 7개국 출신 국민의 미국 비자발급과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시리아 등의 난민 입국을 4개월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국제사회는 트럼프발(發) ‘글로벌 카오스(chaos)’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미국 입국이 금지된 7개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천명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해외 각국도 미국이 세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미국적’ 행보에 반발하는 시위와 집회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미 신정부가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무슬림 분노·세계는 경악=미 정부가 테러 위험국으로 지목해 입국을 금지한 무슬림 7개국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각국 정부는 미국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는 한편 미국인 입국을 똑같이 거부하거나 트럼프 정부를 조롱하는 차원에서 맞대응을 삼가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이라크 정부는 배신감을 토로하며 미국의 이번 조치가 “테러 대응에 더 큰 구멍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의회와 군에서는 “미국인의 이라크 입국을 막고 이라크에 사는 미 국적자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반이민 정책을 ‘무슬림 금지’로 규정하고 “극단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란 정부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퇴행적이지 않다”며 이란 비자를 소지한 미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겠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이 속한 아랍연맹(AL)도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 정부의 조치들은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아랍과 미국 간 대화에 부정적 결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입국이 예정됐던 시리아 난민들의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된 사연이나 미국에 가족을 두고도 돌아가지 못하는 무슬림 여행객들의 어이없는 처지가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도 트럼프를 향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남유럽 7개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으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유럽이 뭉쳐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중 한 곳인 인도네시아는 29일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특정 종교와 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미국을 향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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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에서 뉴욕까지 반대 시위 확산=트럼프의 반이민 명령에 대한 반발은 해외 이상으로 미국 내에서 격하게 불붙었다. 특히 이번 조치로 350여명에 달하는 무슬림 출신 미국민의 입국이 취소되거나 공항에 억류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자 29일 반대 시위와 집회는 미국 전역의 공항 및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뉴욕에서는 JFK 국제공항은 물론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한눈에 보이는 공원에서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참여해 ‘반이민 행정명령’을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테러리스트는 트럼프다”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주변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트럼프 탄핵’을 외쳤다.

트럼프 정부가 미 역사를 부정하는 일방적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 대해 사법부의 제동도 잇따랐다. 뉴욕주 연방법원이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공항에서 억류된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의 본국 송환을 금지한 데 이어 워싱턴주와 버지니아주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내려졌다. 특히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입국이 승인된 난민이나 비자 소유자 등을 추방은 물론 공항 억류도 못 하게 해 보스턴공항으로 7개국 출신 국민이 입국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비행기 좌석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는 예상보다 반발이 훨씬 크자 행정명령 대상에서 7개국 출신 미 영주권자는 예외로 한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금지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며 또 한번 언론 탓을 했다. 그는 또 29일 트위터에 “세계가 정말 끔찍할 만큼 엉망진창”이라며 “지금 당장 강력한 국경과 극단적 심사가 필요하다”며 강경책을 고집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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