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 서명을 강행하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구글이나 애플·페이스북 등 이민자 비중이 높은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소송전을 불사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와 반대로 난민 채용이나 입국 거부자에 대한 무료 지원 등을 약속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글로벌 IT 대기업들은 무슬림 7개국 출신자의 미국 입국을 일시금지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강력히 반발했다. 해당 국적 직원을 다수 고용하는 이들은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이민자 출신 기술자들의 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사원들로부터 이민을 제한한 이번 행정명령에 대한 우려를 전해 들었다”며 “이번 정책은 우리가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애플은 우리 회사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최소 187명의 구글 직원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는다”며 “구글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제한을 가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대해 분노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구글은 이번 행정명령 직후 자사 직원들에 즉시 귀국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강도 높은 비난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행정명령의 여파에 대해 우려한다”며 “이 나라를 안전하게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은 실제 위협을 가하는 이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별도로 인력운용 측면에서 직원 및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닷컴 등도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원과 그 가족들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난민이나 이민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포용책’으로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입국금지 조처에 영향을 받은 직원들과 직접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당연시했던 시민의식과 인권이 공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만명을 채용할 뜻을 밝혔다.
공유숙박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도 트위터에 이번 행정명령을 비난하며 “에어비앤비는 난민과 미국 입국이 거절된 이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는 공항 억류자 석방을 위한 법적 투쟁을 이끄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100만달러(약 11억7,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