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필은 역사 자체가 감동인 오케스트라입니다.” 190년 역사의 독일 쾰른 필하모닉이 오는 2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 유서 깊은 쾰른 필 악단의 역량을 손끝으로 요리할 예술감독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악단의 역사 그 자체가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을 기대 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쾰른 필은 지난 1827년 창단 이래 ‘사라져 가는 독일적 음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독일 중견 악단이다. 로트는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로, 2015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로트는 이번 공연에서 악단의 빛나는 역사를 소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쾰른 필의 역사”가 큰 주제다. 공연 프로그램도 베베른의 ‘파사칼리아’,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2번’ 등 독일을 대표하는 관현악곡으로 구성했다. 이 중에서도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로트가 “주의 깊게 들어달라”고 강조하는 작품이다. “쾰른 필은 1887년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작곡가 본인의 지휘 아래 연주했던 악단이죠. 음악적 역량 이상의 무엇으로 우리의 전통을 전달할 최적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로트의 이름 앞에는 ‘진취적’, ‘혁신적’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고음악 역사주의 오케스트라 ‘레시에클’을 조직한 그는 2013년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에서 륄리와 라모 곡을 당대 방식대로 지팡이를 들고 바닥을 치며 지휘해 화제를 모았다. 로트는 시대 음악으로 단련된 자신만의 독창적인 접근을 베를린 필·로열 콘세르트허바우·보스턴 심포니 객원 지휘에 응용해 새로운 연주를 선사하고 있다. 런던 심포니는 로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한 후기 낭만주의 시리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로트는 “베를리오즈의 음악이 (지금은 거의 잊힌) 당대 악기로 어떻게 연주되었을지, 초연 당시 ‘봄의 제전’은 어떤 음색이었을지 궁금증이 많다”며 “이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연주자인 동시에 연구자이며 수집가가 되어 모든 악기 군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험하고 새롭게 응용하는 그의 활동은 본인의 음악 철학을 반영한다.
그는 “매 순간 새로운 시각으로 음악에 접근해야 한다”며 “음악은 박물관에 전시된 형태의 예술이 아니기에 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쾰른 필 음악감독 직을 수락한 이유도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지켜가는 단원들의 음악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역동성과 유연성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 서울시향을 지휘하기 위해 한국에 왔었다는 그는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완전히 매료됐다”며 10년 만의 내한에 큰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오늘 만들어진 곡을 초연한다는 마음으로 연주하면 모든 공연이 특별해질 것”이라며 “예술가들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포용했던 도시 쾰른에서 우리(쾰른 필)만의 고유한 무엇인가를 창조해 세계의 많은 사람과 그 결과물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노르웨이의 신성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이 협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