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볼 때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낭만닥터)’의 강동주라는 캐릭터에 유연석이 애착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회라는 분량 안에서 강동주라는 한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었던 것.
“이번에는 제가 갖고 있던 다양한 모습들을 한 작품 안에서 스펙트럼 넓게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동주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까칠한 성격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거침없는 직진남의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또 어떤 캐릭터들과 만날 때는 코미디적인 부분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던 작품이어서 더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이와 함께 ‘한석규’라는 배우의 이름 역시 유연석이 ‘낭만닥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던 요인이 됐다. 과거 영화 ‘상의원’에 함께 출연한 두 사람이었지만, 당시에 ‘왕’과 ‘신하’라는 신분의 차이로 인해 눈빛을 주고받으며 연기할 기회는 적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유연석은 한석규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물론, 육탄전까지 벌이며 얽히고설켰다.
‘대선배 한석규’라는 단어에 언제 긴장을 느꼈나 싶을만큼 유연석은 한석규가 내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금세 동화되어 ‘브로맨스’까지 넘나들었다. 일각에서는 ‘부용주-강동주’를 일컬어 ‘주주케미’라고 지칭하며 그들의 연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유연석은 ‘호연’에 대한 대부분의 공은 한석규에게로 돌렸다. 극중 강동주에게 김사부라는 스승이 생겼듯, 배우 유연석에게도 ‘한사부’란 존재가 생긴 것.
“김사부와 한석규 선배님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데서 공통점이 있지만, 한석규 선배님은 김사부와는 다르게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하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세요. 제가 연기를 하다가 실수를 하면 조언도 해주시고, 좋았을 때는 박수도 아낌없이 쳐주셨죠. 그러다보니 선배님과 연기하는 신들은 더 기대가 되고 설레였던 것 같아요”
한편,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낭만닥터’를 끝낸 후 유연석의 다음 행보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재미있게도 김사부와 이별하자마자 유연석은 실제 자신의 사부님이자 교수님이었던 이순재와 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비록 5개 도시 투어 가운데 의정부, 수원에만 참여하게 됐지만 유연석은 사부님과 함께 할 이 공연을 남다른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연기인생 60주년을 맞이 하시고, 제자 분들과 후배들이 헌정 기념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세일즈맨의 죽음’ 서울 공연에는 아쉽게도 ‘낭만닥터’ 드라마 일정과 완전히 겹쳐서 참여를 못했고 지방 공연에만 참여하게 됐어요. 언제 또 선생님이랑 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저에게는 큰 영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