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 왕좌 자리를 빼앗겼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지난해 하반기 전략 모델의 공백에 이어진데다 애플을 비롯해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의 거센 추격이 원인으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7.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6년래 최저 수준으로, 애플(17.8%)보다 뒤처지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7,750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5% 감소한 반면 애플은 5% 늘어난 7,83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애플의 분기 전체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784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에 뒤진 것은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5년 만이다. 제품 1대당 가격도 삼성전자 휴대전화 평균 판매 단가(ASP)는 182달러로 1년 전보다 1% 떨어졌고, 애플의 아이폰은 695달러로 0.6% 올랐다. 다만 갤럭시S7·엣지는 작년 4분기에만 1,140만대 판매하며 2016년 연간으로는 삼성전자가 총 3억940만대(점유율 20.8%)를 판매해 2억1,540만대(14.5%)를 판매한 애플을 따돌리고 1위를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역대 가장 많은 제품을 팔았음에도 판매 증가율이 이전 모델들에 못 미치고, 스마트폰 시장 포화라는 먹구름 속에서 다음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매출의 3분의 2는 아이폰에서 일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갤노트 7을 리콜했는데도 아이폰 판매는 약간 늘어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애플은 적어도 7% 넘는 연간 매출 증가세를 기록해왔다”면서 “월마트 시장 전망치(1.2%)와 비교하면 높지만,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월마트와 비교되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3대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 기간 판매량과 점유율 면에서 모두 전년 동기보다 성장했다. 화웨이는 4,490만대로 10.2% 점유율을 차지했고, 오포와 비보는 각각 2,950만대(6.7%)와 2,560만대(5.8%)를 기록했다. 이들의 판매량을 합산하면 1억 대에 달하는 등 사상 최고 수준이다. LG전자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41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8% 감소했다. 서유럽, 중남미, 동유럽에서 특히 후퇴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3%로 9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