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속 LG'...'LG 속 삼성' 더 많아진다

출시 앞둔 삼성 스마트폰에

LG 배터리 탑재 가능성 커

G5 등 LG전자 스마트폰도

삼성 모바일D램 일부 사용



국내 가전 업계의 대표적 맞수인 삼성·LG가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에서도 다각도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 제품 속 LG 부품, LG 제품 속 삼성 부품’ 사례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LG화학의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노트7은 삼성SDI와 중국 ATL사의 배터리로 인한 발화 사고로 단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에 삼성전자가 배터리 공급 업체를 더욱 다각화하기로 하면서 LG화학 제품도 검토하게 된 것이다. 올 하반기 삼성전자가 출시할 스마트폰에 LG의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밖에 G5를 비롯한 LG전자 스마트폰에도 소량이지만 삼성전자의 모바일 D램·낸드플래시가 탑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부품 경쟁력과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LG전자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서로에 도움이 되는 거래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스마트폰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LG이노텍에서 생산하는 일부 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인 2메탈칩온필름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LG는 50년 가까이 경쟁하면서 그동안 장비나 부품을 공유하지 않는 정책을 펴왔다. 코닝정밀유리의 전신인 삼성코닝이 LG디스플레이에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을 공급한 적은 있지만 코닝이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2.5%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였다. 지난 2008년 정부 주도하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스플레이 교차구매를 합의한 바 있지만 실제 실행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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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사는 이른바 ‘삼성 세탁기 파손 사건’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양사가 법적 공방을 벌인 것이다. 다만 양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지난 2015년 소송 취하를 전격 합의하면서 화해의 물꼬를 텄으며, 지난해 조성진 부회장이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양사는 차량용 전자장비 분야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협업이 이뤄지게 됐다. LG전자가 오디오 제품을 공급받아온 미국 하만을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협력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LG전자는 TV, 스마트폰, 블루투스 헤드폰 등에서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인 하만카돈과 협업해왔다. 하만카돈과의 제휴로 TV에 더욱 풍성하고 깊은 음질을 내거나 블루투스 헤드셋 음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는 상관없이 우선 하만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삼성과 LG는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이 필요해진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국내 기업 간 자존심 싸움에 매달리기보다는 시야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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