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황 한파…'직장인 대학원'도 얼어붙다

기업들, 직원 교육예산 줄여

대학원들 정원 미달 시달려

MBA과정 10곳 중 6곳도

신입생 충원율 2년새 20%P↓

"전문직 공부" 자비로 학원행

재취업 준비 직장인은 늘어

중소 광고전문기업인 A사에서는 해마다 직원 15~20명가량이 대학원을 다녔지만 올해는 그런 직원이 거의 없다. 경기침체로 회사가 직원 교육 예산을 없앤 탓이다. A사 관계자는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매년 직원들의 대학원 학비를 지원했지만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연간 2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부담돼 결국 중단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경기불황에 직원 교육 예산을 줄이면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대학원들이 정원 미달에 시달리고 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공대 MBA’를 지향하며 국내 최초로 설립한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이 2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년 학비가 1,000만원에 달해 기업 지원이 필요한데다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근무시간도 조정해야 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서울대 공대의 한 관계자는 “공학전문대학원뿐 아니라 공대가 운영하는 6개월~1년 기간의 다양한 기술교육과정도 기업들 지원이 줄어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커리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마찬가지다. MBA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숙명여대를 제외한 국내 주요 대학 10곳 가운데 6개 대학의 지난해 상반기 MBA 과정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67.9%로 2년 사이에 무려 20%포인트나 떨어졌다. 서울대 MBA 과정은 지난 2014년 22명이 회사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15명으로 줄었다. 서울대 글로벌 MBA 역시 지난해 회사로부터 학비를 지원받은 학생은 불과 7명으로 6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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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이 경기침체 탓에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직원 교육비부터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교육기업 휴넷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고객사인 한 대형 금융그룹사도 최근 직원 교육비를 30% 이상 삭감했다”며 “정부 지원으로 교육비를 환급받을 수 있는 중견·중소기업도 직원들을 공부시키러 보낼 여유가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비를 들여 학원 등에 다니면서 공부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특히 조선·해운 등의 업종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제2의 직업’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군은 나이 차별이 없고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이나 공무원이지만 최근에는 세무사나 약사 등 전문직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실제로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30대 세무사 시험 응시자는 2014년 3,141명, 2015년 3,631명, 2016년 4,073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약학전문대학원 역시 30대 지원자가 2015년 1,865명에서 지난해 2,028명으로 늘었다.

한 세무사학원 관계자는 “주말반에 직장인·경력단절여성들의 비중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며 “주말에만 공부하면 합격하기 힘들다 보니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2~3년간 시험을 준비해도 결국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백수가 되거나 어쩔 수 없이 재취업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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