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2월 중 탄핵을 촉구하는 14차 주말 촛불집회가 4일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열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2월 탄핵, 황교안 사퇴, 공범세력 구속, 촛불개혁 실현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전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불승인해 영장 집행이 불발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특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상황을 규탄했다.
또 집회에서 국정농단 사태 공범으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구속을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본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형물과 ‘광화문 구치소’ 모형을 앞세워 삼성 서초사옥 앞까지 행진한 뒤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본집회에서는 최순실(61)씨가 특별검사팀에 출석 당시 그를 향해 “염병하네”라고 일갈한 환경미화원이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팀 사무실 입주 빌딩 미화원인 임모(65·여)씨는 이날 촛불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최순실을 향해 염병하네를 외친 사이다 아줌마다”고 자신을 소개 한 뒤 “평소 화가 나면 습관처럼 외치던 말이 여러분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 줬다니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특검 검사들과 집회에 참여한 여러분들의 속이 사이다처럼 뻥 뚫리도록 한 마디만 더 하겠다”며 ‘염병하네’를 3번 외치고 무대를 내려와 큰 박수를 받았다.
14차 촛불집회 참여를 위해 경기도 구리에서 온 안유경(38·여)씨는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 든 어른들까지 집회에 나오는데 방안에서 TV만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헌법재판소가 빨리 탄핵 심판을 해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집회를 마친 후 “박근혜는 범죄자다”, “2월에는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국무총리공관 방면으로 행진했다.
퇴진행동은 4일 오후 8시30분 기준 광화문에 연인원(누적인원) 40만명, 대전, 부산, 광주 등 지방은 총 2만 5,500명(전국 42만 5,500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집회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반대 집회를 열고 탄핵 정국이 언론의 조작 보도와 종북세력 선동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요구했다.
집회에는 주로 장·노년층 참가자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탄핵반대 집회에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주부들도 일부 참석했다.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유석(66)씨는 “억울하게 탄핵을 당해 대통령 직무를 못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빨리 복귀해야 한다”면서 “종북세력들이 여론을 조작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데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기국은 이번 집회에 13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서울시내에 경비병력 176개 중대(약 1만 4,000천명)를 투입해 질서유지에 나섰다.
/김정욱·박우인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