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발언’이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야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가 2위로 급부상한 안 지사를 견제하는 동시에 최근 지지율이 역전당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 지사를 ‘배신자’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안 지사는 물론 민주당 전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며 야권 내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안 지사가 지난 2일 “우리가 공통의 국가 및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과의 연정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부터다. 여소야대 구도, 국회 선진화법 상황 등을 고려해 연정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이었지만 민주당 내 경쟁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도 개별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몇 분 있을 수 있지만 당과 당 차원의 연정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에게 2위 자리를 뺏긴 이재명 성남시장은 더욱 격양된 목소리로 안 지사를 비판했다. 이 시장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연정은 역사와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안 지사의 발언 철회와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이 시장은 “대연정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친일독재 부패 세력에 탄핵이 되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청산 대상과 함께 정권을 운영하겠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민심은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1~3위를 달리는 세 사람 중 선두인 문 전 대표와 3위인 이 시장이 2위인 안 지사를 협공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지지율 격차는 있지만 친노무현이라는 같은 뿌리라서 지지율이 겹칠 수 있는 만큼 한 번쯤 ‘눌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1차 투표로 끝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야권의 선명성을 부각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과 안 지사는 모두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차지,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며 안 지사에게 뒤집힌 이 시장이 중도 확장을 피력한 안 지사와의 차별점을 부각해 반전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전 대표도 안 지사의 대연정론에 대해 “선거 전에 섣불리 연정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려스렵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며 안 지사를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