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분 동안 모든 감각을 집중시키는 기적 같은 영화 ‘조작된 도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숨 막히는 액션, 유머,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만들어내는 감동과 여운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건 주인공 권유 역을 맡아 스크린에는 처음 데뷔하는 배우 지창욱(30·사진)의 힘이 컸다는 데 이견이 없다. 영화에서 배우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 지창욱을 최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작된 도시’는 ‘웰컴 투 동막골(2005)’의 박광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대사보다는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이 강한 작품. 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지창욱에게는 액션뿐 아니라 분노, 엄마에 대한 그리움, 동료에 대한 고마움 등이 대사보다는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인 까닭에 배우로서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다. “권유가 작품 전체를 이끌고 중심을 잡는 주인공인데 처음인 내가 할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시나리오에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잘 보이지 않았고, ‘만화적 포인트’는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이해가 안 갔는데, 감독님 만나뵈니 감독님만의 뚜렷한 색깔과 시나리오가 만나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어요.”
드라마 ‘힐러’, ‘The K2’ 등에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 그는 이제 액션 배우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화려한 액션은 빛을 발했다. “이번 작품에서 액션은 억울함, 분노 등의 감정도 표현해야 하고, 얻어맞는 장면이 유난히 많아요. 상상만으로 분노를 액션으로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고, 머리끄덩이를 잡히는 장면은 찍고 또 찍었어요. 나중에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좀 살살 잡아 줄 수 있겠냐고 상대 연기자에게 말했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해놓고 카메라 돌면 다시 세게 잡으니까 저도 사람이라서 나중에는 막 기분이 나빴어요. 액션 찍다가 골병들 것 같았어요. 이제 그만 찍고 싶어요.”
영화는 권유가 천상병 시인의 ‘나무’를 읽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끝이 난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시 ‘나무’는 영화의 주제의식과도 같은데 이에 대해 지창욱은 “백수, 용산 에이에스센터 직원, 대인기피증 해커 등 등장인물을 비주류라고 하는데, 주류와 비주류에 기준이 있을 수는 없다”며 “감독님께서 밝고 힘차게 내레이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는데, ‘조작된 도시’를 통해 관객들이 희망을 얻기를 바라셔 그러셨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9일 개봉.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