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재일동포를 대표하는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이 정부에 소녀상 이전을 공식 요구해 주목된다.
외교부와 재일민단 측에 따르면 오공태 중앙본부 단장을 비롯한 재일민단 관계자 8명은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전달했다.
이날 면담에서 오 단장 등은 소녀상 설치 이후 일본 내 혐한 정서가 커지면서 재일동포 사회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타개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윤 장관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재일민단의 건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여러 가지 앞으로도 한일관계 관련해서 잘 풀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고 민단에서도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부산 소녀상의 이전을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일관계가 최근 악화한 것이 부산 소녀상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8월) 독도에 다녀간 뒤 우리가 5∼6년간 고생을 많이 했다”며 “헤이트스피치(혐한 시위)에 대해 작년 6월 민단이 노력해서 법안(헤이트스피치 억제 법안)을 만들었고 그때부터 점점 (한일관계가) 좋아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우리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 단장은 한일관계 악화로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사업하기가 어려워진 재일동포 중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재일민단은 지난달 17일에도 부산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망서를 주일 한국 대사관에 제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달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