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리더십 4.0시대-미국] "기술 개방·공유"...美 '열린 프런티어십' 4차 산업혁명 이끌다

<9> "경계는 없다" 혁신 주도하는 美기업

구글·애플서 스타트업까지

개발과정 공개·결과물 공유

혁신 위한 합종연횡 잇달아

ICT 투자 年 1조달러 훌쩍

GE 등 제조업도 변신 가속

인프라·사회안전망 구축 등

정부도 예산집행 총력 지원

0715A09 미국 4차산업 혁명을 이끄는 기업 리더들의 비전 수정1




미국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Nvidia)는 무인차 개발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회사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해온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획기적 안정성을 갖춘 자율주행차 모듈을 공개했다. 한 달간 5만㎞를 주행해 예상 장애물을 모두 조사하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문제들을) 해결한 결과물이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 업계는 엔비디아의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 이상으로 주요 개발 과정을 곧장 공개하고 결과를 공유한 엔비디아의 결정에 열광했다.

30여년의 디지털 혁명에서 선두를 지켜온 미국이 ‘열린 프런티어 정신(frontiership with open-mind)’을 과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 전선을 주도하고 있다. 하루 수백 번의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며 새 시대의 주도권을 노리는 엔비디아 같은 강소기업들과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들이 눈에 불을 켜자 제너럴일렉트릭(GE)·포드·듀폰 등 제조업 강자들도 바짝 긴장하며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빅데이터 활용에 천문학적 물량 공세를 펼치며 투자에 뛰어들어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애플·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등 5대 ICT 공룡 역시 무한대의 가능성 속에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자 과감히 기술 코드를 개방·공유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 중소·신생업체들과의 합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한 해 미국의 ICT 투자가 1조달러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ICT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는 연초부터 충격에 빠졌다. 양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이 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홈 자동화 허브인 에코와 AI 비서 알렉사(Alexa)의 강펀치에 녹다운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에코와 알렉사를 활용해 10억개의 상품을 주문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기술 면에서 AI 선구자인 구글·애플이 앞서지만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가 특유의 공격적 리더십을 발휘해 신시장을 선점해버린 것이다. 아마존은 여세를 몰아 계산대 없는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를 올 초 세계에서 처음 시험운영에 들어가며 ‘소비혁명’에도 불을 댕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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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은 “4차 산업혁명에선 단기간에 파괴적 결과가 나오는 일이 많다”면서 “잠시만 뒤져도 격차가 확연해지지만 그런 만큼 재역전의 기회도 있다”며 앞으로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IBM·페이스북 등은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자의 AI 연구 결과를 경쟁사들과 공유하며 시장 확대와 거대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폐쇄적 기업문화로 유명한 애플조차 올 초 자사의 AI 연구들을 전면 공개했다. 이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의 성장과 혁신도 촉발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을 자동차 생산에 접목해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로컬모터스는 지난해 IBM과 손잡고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12인승 자율주행차에 탑승시켜 무인차 시대의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벤처기업들이 하루에도 수백 곳씩 혁신의 도전장을 내밀자 1892년 창업한 GE 같은 대기업도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생산혁명’에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GE는 지난 2015년 인도에 이어 지난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스마트공장인 ‘브릴리언트 팩토리(brilliant factory)’를 완공했다. 오는 2020년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 등극을 목표로 내건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제조 업체였던 GE의 미래는 이제 데이터 분석에 달렸다”며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민간 부문이 기업가정신을 불사르며 4차 산업혁명의 수레를 이끄는 한편으로 미국 정부는 인프라와 사회안전망 구축 등 기본 역할에 충실히 힘을 쏟고 있다. 출범 5~6년 만에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되며 기업 가치 500억달러를 돌파한 우버 택시는 미국의 오픈형 규제 시스템 덕택에 안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 정부는 또 한 해 900억달러의 정보기술(IT) 예산을 집행하며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로봇 등의 기초기술 개발 및 표준화, 산학 연계를 지원하는 한편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에만 40억달러 이상을 별도 편성했다. 사람이 혁신을 최대한 향유하면서 이를 100%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득 불평등과 계층·세대 간 기술 이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투자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기업도 학생과 학교를 위한 협업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시카고=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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