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검 김기춘 조윤선 오늘 기소 '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도자 밝혀지나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이르면 7일 구속기소될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의 기소기한은 모레까지지만, 내일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 혐의도 이들의 공소장에 기재될 전망이다. 특검은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및 부당한 인사개입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정황으로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앞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의 공소장에도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가 적시된 바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30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며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문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김 전 실장은 같은해 12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반정부·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좌파의 온상이 돼서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한 성향의 단체들에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보수가치의 확산을 언급하며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 전 비서관(당시 정무수석실 소통비서관) 등은 2014년 4월부터 한 달 동안 3000여개의 ‘문제단체’(좌파단체, 불법시위 참여 등)와 8000여명의 ‘좌편향 인사’(문재인 지지, 구(舊)민노당 지지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속 보완·감시하는 등 지원배제를 관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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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후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특검은 이 보고서가 김 전 실장의 검토를 거친 뒤 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은 또 정진철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통해 최규학 기획관리실장,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 등에게 각각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는 상황.

이밖에도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심의위원 선정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19명의 후보자가 배제되도록 지시하는 등 특정 문화예술계 개인단체에 대한 지원배제에도 공모한 것으로 특검은 예상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박준우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2014년6월 청와대에 입성한 뒤 문예기금 지원배제 등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선별해 교문수석실에 통보하고 문체부에 하달하는 등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려고 하자 “저명보수 문화인의 기고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도록 하라” “국회 교문위 여당 간사를 통해 국감장에서 상영 문제점 성토하도록 하라” “부산영화제 다이빙벨 전 좌석 관람권을 일괄 매입해 시민들이 관람하지 못하게 하고 상영 후 이를 폄하하는 관람평을 게시하도록 하라” 등 구체적인 상영 방해 지시를 하고 경과를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 등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종합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을 포함해 다른 관계자들도 함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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