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1조~2조원 상생기금 만든다

이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 지분 사재 출연해 재원 마련

삼성 쇄신안 이르면 이달 발표...책임경영 강화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가(家) 재산 상당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는 방안을 포함한 삼성그룹 쇄신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대대적 쇄신안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자신과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삼성계열사 지분 중 1조~2조원 상당을 출연해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출연한 금액은 삼성 협력사들과 동반성장을 위한 기금에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여타 사회공헌 사업에 쓰는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 이후 차명으로 보유한 것으로 드러난 삼성생명 지분 등을 출연해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과 이 회장의 사재를 합해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사회공헌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회장은 사재출연뿐 아니라 삼성의 대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대규모 쇄신안을 준비해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6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를 시작으로 계열사 15곳이 모두 순차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 미래전략실은 같은 날 “미전실을 약속대로 해체한다. 이미 해체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검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6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전경련 탈퇴△미전실 해체△사재출연 등 세 가지 약속을 공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다수의 국회의원이 이 회장의 2008년 사재출연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상황을 질타하자 “가족들과 의논해 적절한 시기가 오면 (이 회장이 출연을 약속한 사재를)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준비하고 있는 대규모 쇄신안은 삼성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적절한 정경유착 관계를 정리하고 과거의 유산이라 할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의 사재출연 역사는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병철 회장은 1961년 5월28일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이 지목한 부정축재자 11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국가에 재산을 헌납하기로 약속하고 구속을 피했다. 이후 재산 헌납은 공장을 건설해 그 주식을 정부에 납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은 ‘삼성 X파일 사건’을 계기로 2006년 8,000억여원의 사재를 출연해 삼성꿈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또 2008년 삼성 비자금을 조준한 특별검사 수사 때 최소 9,000억원대의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밝혀지자 이를 기반으로 한 1조원의 사재출연을 약속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삼성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이 끝나는 3월께 총수 일가의 사재출연을 포함한 대대적인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미전실 핵심임원인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이 특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상태다. 이 부회장도 구속 위기를 넘겼다.

만약 특검 수사가 30일 연장돼 3월 말에 종료되면 삼성의 쇄신안 공개 시점은 4월 초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은 이미 특검 수사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미전실 해체 방안을 내놓겠다고 6일 선언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미전실이 해체되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전자·금융·물산계열사가 미전실이 해온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을 나눠 맡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에 최씨에 대한 지원 때문에 뇌물공여 의혹을 받고 있는 미전실 기획팀은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인사처럼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기능을 담당할 부서는 당분간 남겨둘 가능성도 관측된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작업과 그동안 미뤄둔 사장단·임원인사를 함께 진행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기는 3월 말에서 4월 초가 유력해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기회에 미전실 같은 비공식 컨트롤타워를 완전히 없애고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영기조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고 계열사들의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삼성은 최씨 모녀에게 제공한 승마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5년 6월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질병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전면에 나서 직접 사과한 바 있다.

삼성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조준웅 특별검사팀 수사가 종료된 후 닷새 만에 10가지 경영쇄신안을 내놓은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은 미전실의 전신이라 할 전략기획실을 없애고 이 회장 퇴진 등을 쇄신안에 담았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은 2년여 만에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해 삼성의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을 지켜왔다. 이 회장도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했다.

◇삼성가 사재출연

△이병철 창업주

-1961년 부정축재자 지목 후 전 재산 국가 헌납 발표

-전 재산 헌납 대신 경제개발 위한 투자 협력

△이건희 회장


-2006년 ‘X파일사건’ 계기로 8,000억원 사재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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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삼성 특검 발표 후 1조원대 사회환원 약속

-2015년 청년희망펀드 200억원 사재출연

△이재용 부회장

-2016년 부친 사회환원 약속 관련 “가족과 논의 후 좋은 일에 쓸 것”

◇삼성가 보유 주식재산

△이건희 회장 15조2,207억원

*주요 주식 지분율

-삼성생명 20.76%

-삼성전자 3.54%

-삼성물산 2.86%

△이재용 부회장 6조7,714억원

*주요 주식 지분율

-삼성물산 17.08%

-삼성전자 0.59%

-삼성SDS 9.20%

-삼성생명 0.06%

*지난 1월 26일 종가 기준

<자료 : 재벌닷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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